대형마트, 총성없는 '우유전쟁' 속내는?

by이학선 기자
2013.04.16 07:56:21

1등급 우유값 계속 낮춰..1400원→1390원→1389원
단골확보 쉽고 재구매 잦아..슈퍼·편의점도 가격경쟁

[이데일리 이학선 이승현 기자] 대형마트들이 총성없는 우유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비자들의 단골 구매품목인 우유를 내세워 ‘1원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호탄은 홈플러스가 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홈플러스 좋은상품 우유(1ℓ·1등급)’의 가격을 1700원에서 1400원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 우유는 홈플러스 전체 흰우유 매출 중 14%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연간 판매량이 600만개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대한민국 최저가 도전 캠페인’의 일환으로 연세우유와 제휴해 값을 낮춰 판매 한 것이다.

대형마트들이 우유값 인하경쟁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단골 구매품목인 우유를 내세워 ‘1원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가 최저가 우유를 선보이자 이마트(139480)도 넉달 뒤 가격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이 만든 ‘푸른초원 목장우유(1ℓ·1등급)’를 홈플러스보다 10원 낮은 139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가 기존에 선보인 ‘이마트 우유(1ℓ)’보다 가격이 18% 저렴하다. PB우유보다 더 낮은 가격의 일반 브랜드 우유로 가격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롯데마트는 한발 더 나아갔다. 올해부터 매월 한차례씩 1주일간 건국우유가 만든 PB우유인 ‘세이브엘 행복한 우유’ 기획세트를 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900㎖짜리 1등급 우유 2개로 구성된 이 우유의 1ℓ당 가격은 1389원으로 이마트보다 1원 더 저렴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우유는 일반 브랜드우유보다 가격에 따라 판매량이 더 민감하게 반응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이 우유를 두고 물밑 가격경쟁을 벌이는 까닭은 우유가 단골확보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유는 삼겹살처럼 값이 쌀 때 소비자들이 주로 몰리는 일반 서민품목과 달리 한번 구매하면 나중에도 꾸준한 구매가 이뤄진다. 유통기한도 짧아 재방문해 구입하는 빈도가 높다. 대형마트로선 가격을 낮춰 고객을 끌어들이는 미끼 상품으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이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도 마찬가지. 롯데슈퍼의 경우 우유를 대표적인 집객 상품으로 꼽는다. 롯데슈퍼의 전체 상품판매액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대형마트에 비해 2~2.5배 가량 높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일주일에 한번 대량으로 장을 보는 곳이라면 슈퍼마켓은 일주일에 2~3회 그때그때 필요한 품목을 사러 오는 고객이 많다”며 “우유는 유통기한도 짧아 슈퍼마켓에 어울리는 핵심품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롯데슈퍼의 PB제품인 ‘와이즐렉 세이브우유’는 총 51만개가 팔려 서울우유(23만개)보다 2배 이상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와이즐렉 세이브 우유는 롯데슈퍼가 판매하는 일반 브랜드 우유에 비해 가격이 30% 가량 저렴하다. 이밖에 편의점 CU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PB제품인 ‘CU흰우유(1ℓ)’도 일반 브랜드 우유를 제치고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등 우유를 둘러싼 가격인하 경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