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세청 vs 관세청 볼썽사나운 충성경쟁

by안혜신 기자
2013.04.11 07:35:27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결국 관세청이 우리 국세청에게 정보를 달라는 말인데,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그런 얘기를 한답니까.”

국세청과 관세청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두 기관의 사이가 그다지 가깝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새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 주도권을 놓고 또 한 번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포문은 관세청이 먼저 열었다.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 설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부터다.

관세청은 일방적으로 ‘국세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하경제 양성화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국세청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얘기”라며 대놓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관세청이 지나치게 의욕만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냈다.



양 기관의 갈등은 지난 3일 기획재정부와 함께 나란히 업무보고에 나서면서 정점에 달했다.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역은 국세청인 듯 하지만 오히려 눈에 띄는 제안은 관세청에서 나왔다. 관세청은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내역 수집 주기를 현재 연 1회에서 실시간으로 바꾸도록 개선하겠다고 보고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법 개정안을 관계기관이 협의 중인 단계”라면서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관세청은 국세청과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러내놓고 국세청으로부터 받는 자료가 제한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세청의 반응은 싸늘했다. 애초에 과세정보 공유확대에 대해 사전에 공감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업무보고 이후 보란 듯이 역외탈세범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모두 세수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구멍난 세수를 메워야하는 시대적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후 지나친 충성경쟁은 국민들에게 자칫 부처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공동 과제에 대한 부처 간 인식차, 견해차부터 줄여야 한다.양 기관의 이해관계만을 우선시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외치고 있는 ‘협업’과 ‘부처 간 칸막이 없애기’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