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음료, 술에 타 마시면 독?

by이승현 기자
2012.09.04 08:01:00

주류-음료업체 무분별한 코마케팅 문제
전문가, 신경과민 불면증 등 부작용 우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금요일이면 클럽을 자주 찾는 김선영씨(26. 여). 클럽에 갈 때마다 예거마이스터(리큐르주)에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에너지음료 레드불을 섞은 칵테일 ‘예거밤’을 즐겨 마신다. 달달해서 마시기 편하면서도 카페인 함량까지 높아 밤새도록 기분 좋게 놀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몸은 피곤한데 심장이 두근대면서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 일쑤다.

최근 클럽이나 바 등에서 에너지음료를 술과 섞어 마시는 리큐르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고카페인 음료에 알코올까지 섞어 마시면 혈압상승과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주류업체는 이같은 안전 문제를 무시하고 에너지음료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판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예거마이스터와 레드불을 섞어 만드는 예거밤.
4일 업계에 따르면 예거마이스터를 수입하는 아영에프비씨를 필두로, 일부 주류사들이 에너지음료와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아영에프비씨는 지산록페스티벌, 하이네켄 센세이션, UMF코리아 등 올 여름 열린 대형 뮤직페스티벌에 부스를 설치하고 ‘예거밤’을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소비자들이 야외활동을 할 때도 쉽게 ‘예거밤’을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거마이스터 40㎖ 용량의 미니어처 제품도 출시했다.

‘예거밤’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네덜란드 술 ‘아그와밤’. 이 술을 수입하는 밥코코리아 역시 클럽에서 쉽게 아그와를 즐길 수 있도록 기존 700㎖ 제품의 절반 용량인 375㎖ 제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다른 주류사들 역시 클럽 등에서 술과 에너지음료를 혼합한 믹스주를 띄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디아지오와 에드링턴, 바카디리미티드 등 외국 주류업체들은 내부 규정상 건강을 문제로 에너지음료와 공동마케팅을 금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하지만 일부 수입업체들은 국내에서 이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해 있다”고 지적했다. 카페인이 다량으로 들어 있는 에너지음료에 알코올까지 섞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

특히 술과 함께 마실 경우 강력한 각성효과로 인해 술에 취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돼 폭음을 하게 되고 음주운전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인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음료와 술을 함께 마실 경우 술만 마신 경우보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3배, 음주운전을 시도한 사람이 4배 많았다. 따라서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에너지 음료에 대한 경고와 규제까지 도입한 상태다.

백유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에너지음료의 경우 커피나 탄산음료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아 신경과민이나 불면증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술과 함께 섞어 마실 경우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