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실물경제 뒤흔든다

by김국헌 기자
2007.10.06 13:41:22

수출·관광 활기..재생에너지는 위축
미국기업과 부동산 `인수`로 리세션 완화 기대
저축·외국인투자는 감소..인플레 압력 `가중`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그 국가의 경제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친다. 비실대던 달러가 신용경색 위기를 맞아 유례없는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경제에도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마켓워치는 6일 달러 가치 쇠락이 미국 금융가인 월가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그 효과를 주목하고 나섰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예상을 웃돈 금리 인하폭으로 이미 약세에 있던 달러는 주요 통화 6개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3분기에 유로는 달러에 대해 5% 이상 상승했고, 상승폭의 대부분은 9월 한 달간 이루어졌다.


달러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국인의 주머니를 소리없이 털어가지만 수출기업에서 일하는 미국인은 이것을 상쇄할 수 있다.

환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미국기업은 수출 경쟁력 강화로 실적 호조를 기대할 수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감소하게 된다.

최근 펩시 보틀링 그룹은 달러 약세에 힘입어 3분기 순이익이 무려 2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나이키도 달러 약세로 해외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년 전에 국내총생산(GDP)의 6.6%에 달했다. 달러 약세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2분기에는 GDP의 5.5%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원인으로 지적되는 무역적자가 GDP의 5.5%라면 견딜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관광산업도 약달러 수혜주다. 미국인은 국내 여행을 선호하게 되고, 외국인은 전보다 싸진 미국 여행 비용에 더 자주 미국을 찾게 된다.

반면 달러 가치 하락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다고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 것이라고 보면 착각이다. 재생에너지 강자인 유럽의 통화 유로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생산이 위축된다.





미국기업과 미국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져 외국 투자자들이 입질에 나선다는 점도 미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캐나다계 지난주 TD 뱅크 파이낸셜 그룹은 커머스 밴코프를 85억달러에 인수했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의 미국 법인은 앨라배마 내셔날 밴코퍼레이션을 1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데일리FX닷컴의 케이시 리엔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국 달러와 주택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저가매수에 나서) 미국 주택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부펀드와 중동의 오일머니가 `바이 아메리카`에 나설 경우 쏟아지는 주택 매물과 부진한 기업을 사들여 미국 경제의 충격을 상쇄하는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워드 처닉 헌터대 경제학 교수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달러 가치 하락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인은 뛰는 물가를 보면서 저축보다는 쇼핑에 몰두할 공산이 크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국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줄어, 미국인의 저축이 더 절실하지만 `저축하면 바보`가 되는 상황.

특히 전날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월가의 인플레 공포는 커졌다.

상품 가격은 고공비행을 재개한 상황. 원유 선물은 3분기에 무려 15% 가까이 뛰었고, 금값도 13% 급등했다.

중국산의 인플레 완화 효과도 위안 가치 상승으로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위안은 달러에 대해 8% 이상 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