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빛과 그림자

by전설리 기자
2007.08.23 07:49:02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2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오랜만에 랠리를 펼쳤다. 주요 지수들이 나란히 1% 이상 올랐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된 가운데 모처럼 인수합병(M&A) 소식이 봇물을 이루면서 투자 심리가 호전됐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재할인율 창구를 통해 20억달러를 대출받아 시장에 공급했다는 뉴스도 호재였다.

최근 몇 주간 널뛰기 장세를 펼치다 이번 주 들어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혼조세를 나타내던 주요 지수들은 이날 장중 내내 한결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코웬&코의 마이크 말론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당분간일지라도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 호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뒤따르 듯 악재도 속출한 하루였다.

무엇보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서브프라임 사업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손들었다.

서브프라임 망령이 출몰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90개 이상의 미국 모기지업체가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물로 나왔지만 월가 대형 투자은행이 서브프라임 사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형 악재를 시장은 모른 척 했다.

뿐만 아니다. 사모펀드(PEF)인 론스타로의 매각이 좌절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 아크레디티드 홈 렌더즈은 결국 절반 이상의 사업장 문을 닫기로 했고,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도 미국 모기지 사업부를 내년 2분기말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 델타 파이낸셜까지 이날 하루에만 4개 기업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 칼바람에 하루새 실업자로 내몰린 인원만 3700명에 이른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서브프라임 악재 속에 투자자들이 무뎌졌다면 어쨌든 다행인 일이다.

물론 이 와중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 심리를 지지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됐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감의 배경에는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금리 인하는 신용 시장에 기름을 쳐 주가를 부양하겠지만 이면에 놓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마음을 놓을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날 랠리의 그림자에 가려진 악재들이 언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지 조마조마 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