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변동폭 확대 임박..인위적 절상은 `글쎄`

by김유정 기자
2006.09.16 23:07:22

원자바오 총리 이어 저우 총재도 `변동폭 확대` 공식 언급
국내외 기관, 변동폭 상하 0.5~1.5% 확대 전망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싱가포르의 주말은 위안화로 분주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회담과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의 연차총회의 관심이 오로지 위안화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 변동폭 확대, 심지어 위안 절상 추측도 여기저기도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위안화가 이번 G7 회담을 앞두고 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중국의 위안 관련 조치에 대한 기대가 높다.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우 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PBOC) 총재가 공식적으로 위안 변동폭 확대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IMF 연차총회로 싱가포르에 머무르고 있는 저우 총재는 외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위안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달러/위안 환율의 일일 변동폭은 상하 0.3%로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그는 다음날도 세미나에 참석, "점진적으로 위안화의 태환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중국 은행들이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우 총재의 이번 발언에 앞서 원자바오 총리가 이미 공식적으로 변동폭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총리는 지난 5일 위안화 환율 개혁을 계속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이는 위안화 환율이 대부분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위안화 변동폭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G7 회담도 위안화의 환율 유연성 확대에 초점이 모아졌다. 지난 4월 회담과 마찬가지로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위안의 환율 유연성 확대를 촉구했다.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안팎으로 이유가 있다. 내부적으로 경기과열 억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전방위 압력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올 상반기 동안 10.9%나 성장했고, 2분기에만 11.3% 성장하는 등 가속 행진을 이어오며 과열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글로벌 경제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찰스 슈머(민주)와 린지 그레이엄(공화) 미 상원위원은 중국을 상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9월 마지막주에 표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상원 금융위원장 찰스 그래슬리와 맥스 바커스 의원도 환율을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는 나라를 대상으로 한 법안을 제출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위안화 환율 시스템 개혁을 포함, 중국에 광범위한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국이 경기 과열을 사전에 막고 대외 통상 압력도 줄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오는 21일 방중을 앞두고 있는 폴슨 장관은 "위안화 추가 절상 등 경제개혁을 지속하지 않으면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물론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도 IMF 연차총회 일정 중 공식적으로 위안 절상을 촉구했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7월 페그제를 폐지하고 위안화를 2% 절상한 이후 지난 1년간 절상률은 약 3.8% 수준이다. 위안화 절상 이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폭은 오히려 확대됐고, 중국 경제 과열 우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중국 무역흑자는 지난해 1019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614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수출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증가율에서 수입이 수출을 훨씬 하회하면서 무역흑자는 5~7월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본수지를 통한 외화유입도 엄청나다.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달 2%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중국은행 등의 IPO로 대규모 주식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있으며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도 급증하고 있다.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수 차례 연기돼 온 법안이지만 찰스 슈머(민주)와 린지 그레이엄(공화) 미 상원위원은 중국을 상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9월 마지막주에 표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상원 금융위원장 찰스 그래슬리와 맥스 바커스 의원도 환율을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는 나라를 대상으로 한 법안을 제출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위안화 환율 시스템 개혁을 포함, 중국에 광범위한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국이 경기 과열을 사전에 막고 대외 통상 압력도 줄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오는 21일 방중을 앞두고 있는 폴슨 장관은 "위안화 추가 절상 등 경제개혁을 지속하지 않으면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물론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절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중국 안에서도 흘러나온다. 천 빙카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자본수지국 부국장도 위안 절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에서 발행하는 '차이나 이코노믹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기업들이 3~5%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중국 기업들이 현 수준에서 3~4%의 절상을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의 주바오리앙 부주임은 "중국의 대외 불균형 해소를 위해 5% 정도의 절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앞으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은 어떻게 될까. 중국은 현재 상하 0.3%의 변동폭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인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지난달말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의 일일 환율 변동폭이 단기적으로 -1.5~+1.5%, 장기적으로는 2.5~3.5%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재조정 없이 과잉 유동성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환율제도 변경 이후에도 위안화 절상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을 볼 때 중국은 위안화 변동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의 배경을 설명했다.

모간스탠리의 스티븐 젠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또 이에 따른 대외 정치적 리스크 등에 근거, 올 하반기 환율 변동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다음달 폴슨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위안의 환율 변동폭이 ±0.5%로 확대될 것으로, 씨티그룹은 1.0%까지 관측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환율 변동폭 확대 요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관영 중국증권보는 핫머니(단기 투기자본)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위안화 환율 일일 변동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를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해야만 위안화 절상을 노린 단기 투기자금의 유입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시적인 절상 조치를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중국 당국자들은 인위적이고 일시적인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온 상황이다.

장 징핑 중국 국가통계국(NBS) 대변인은 "원자바오 총리가 말했듯이 행정 조치를 통해 위안화를 불시에 절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위안화 절상으로 이익을 보기 위해 위안화 머니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결코 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도 중국 경제가 아직 위안화 강세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안화가 절상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