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대책이 플랫폼 규제?…입법 만능주의로 혼란 가중"
by김가은 기자
2024.09.26 05:00:00
[플랫폼 죽이기③]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인터뷰
"플랫폼 규제 강조하는 공정위·야당 논리 근거 없어"
"과도한 입법 만능주의로 행정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
"글로벌 AI 경쟁서 생존하려면 플랫폼 기업 키워야"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는 구 모(구영배 큐텐 대표)씨의 경영적 결함과 실수로 발생한 일이다. 본질이 전혀 다른 일로 규제 법안을 성급하게 입법한다면 플랫폼 생태계는 망가질 수 밖에 없다.”
|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사진=김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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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 양재동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플랫폼법을 만들어야 할 근거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법안을 만들어내는 ‘입법 만능주의’ 탓에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야당은 꾸준히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2022년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점화된 불씨가 최근 티메프 사태를 거치며 다시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두 사고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플랫폼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로 연결지을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티메프 사건은 판매대금을 유용한 모회사 큐텐 구영배 대표의 배임 행위로 인한 사건이고,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SK C&C의 미흡한 관리로 벌어진 사고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결국 공정위와 야당에서 규제론을 꺼내든 명분이 사고 발생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규제론자들이 얘기하는 파장이 크니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라며 “국내 시장은 여전히 경쟁 중이다. 예를 들어 쇼핑에서는 알리와 테무가 진입했고, 11번가와 쿠팡, G마켓 등 여러 업체가 활발히 경쟁을 하는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를 점해 소비자들이 ‘고착화(락인)’될 수 있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락인 효과는 유럽처럼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을 때 발생하지만 한국은 더 좋은 서비스나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경쟁업체로 소비자들이 옮겨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지금도 플랫폼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이 ‘무규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등 법령이 약 3500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규제를 이미 받고 있다”며 “문제는 입법 만능주의가 팽배해져 어떤 사고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안을 내다보니 공무원들도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 지 모르는 ‘혼란 규제의 나라’가 됐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처럼 기업들에게 관용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등 전 세계적으로 경쟁을 펼쳐야 할 플랫폼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조치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빅테크 수백 개가 나온 비결은 관용적 태도다.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에 맞서는 AI 체계가 나오지 않으면 종속국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자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옥죌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