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7.16 05:00:00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주도하는 파업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10일 무기한 파업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을 요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 ‘위기의 삼성, 전례 없는 직원 동요로 AI 야망에 타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를 따라잡지 못해 내부 분위기가 어둡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지난 5월엔 반도체 부문장이 전격 교체됐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취임사에서 “부동의 1위 메모리 사업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은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미국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TSMC와 SK하이닉스가 협력하는 구도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느 회사와 다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직원 연봉도 다락같이 높다. 이런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라면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전삼노의 파업은 정부와 정치권, 나아가 납세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정부는 지난 5월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방안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7월부터 산업은행을 통해 17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도로, 용수, 전력 등 인프라 구축 비용도 정부가 댄다. 정부 예산은 다 세금이다. 정치권에선 대기업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여야가 앞다퉈 반도체 지원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 보답이 파업이라면 누가 이런 파업을 곱게 볼 수 있나.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쟁의권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이번 파업은 시기를 잘못 골랐다. 위기 상황에서의 파업이라 설득력도 떨어지고 고소득 귀족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노조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파업을 위한 파업’일 뿐이다. 노조는 속히 파업을 접고 위기 극복에 매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