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는 고팍스…‘3300억 현금부자’ 메가존 품에 안기나

by허지은 기자
2024.07.13 10:30:00

[위클리M&A]
최대주주 바이낸스, 메가존에 지분매각 논의
오는 8월 실명계좌 재계약 앞두고 급물살
고팍스 기업가치 최대 1500억원 추정
메가존 계열사 동원시 현금 여력 ‘충분’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새 주인으로 메가존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고팍스 최대주주에 오른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올해 초부터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원매자를 찾아왔다. 최근 자회사 메가존클라우드의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 메가존은 풍부한 현금 여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사업 강화 차원에서 고팍스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가상자산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지분 매각을 위해 메가존과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2월 이준행 전 대표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72.26%를 인수하며 고팍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바이낸스는 같은해 9월 BF랩스(옛 씨티랩스)에 구주 일부를 매각했으나, 작년말 기준 고팍스 지분 67.45%를 여전히 보유 중이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1년만에 매각을 추진한 건 금융당국의 스탠스와 맞닿아 있다. 바이낸스는 경영권 인수 직후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전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선임하고, 다음달인 지난해 3월 금융당국에 대표 교체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자금세탁방지 리스크 등을 경계하면서 신고 수리는 기약없이 지연됐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총 3번의 대표 교체를 진행했지만 당국의 벽을 넘진 못 했다.

결국 바이낸스는 올해 초 보유 중이던 고팍스 지분을 10% 미만으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국내 기업에 지분 대부분을 넘기고, 일부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일부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보유 지분을 고려하면 고팍스 지분 58% 이상이 매각 대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 기업가치는 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바이낸스가 이 전 대표 지분(41.2%)에 600억원을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지분 100%에 대한 가치는 1456억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고팍스는 2022년 시리즈B 투자유치에서 기업가치 3700억원을 인정받았으나, 이후 가상자산업계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기업가치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메가존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이 3356억원 수준이다.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0억원에 그치지만 메가존클라우드, 메가존소프트, 제니스앤컴퍼니 등 자회사들이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고팍스 경영권을 인수하기에 자금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메가존은 연초부터 고팍스 인수를 두고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메가존클라우드의 기업공개(IPO) 문제로 고팍스 인수는 후순위로 논의가 됐으나, 최근 메가존클라우드 주관사 선정을 마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메가존클라우드의 상장 시점은 오는 2025년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팍스의 실명계좌 재계약을 앞두고 양 측의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맺은 실명계좌 제휴는 오는 8월 11일 만료되는데, 해당 기한 이전에 최대주주 변경을 마친 뒤 계약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고팍스는 계약 연장에 앞서 일 거래량 증가, 점유율 상승 등을 골자로 한 재무 건전성 개선안을 전북은행 측에 제시한 바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전북은행은 계열사를 통해 고팍스 지분을 들고 있는 만큼 성장 과정을 지켜본 곳”이라며 “바이낸스의 인수, 이번 메가존과의 인수 논의 등 성장성을 고려해 계약 연장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