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6.27 05:00:00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2020년 고용표’에 따르면 취업유발계수가 전산업 평균 9.7명으로 2015년(11.7명)보다 2명이나 줄었다. 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가 불과 5년 사이에 20% 가까이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경제가 성장을 해도 예전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취업자 수가 2020년 2690만 명으로 5년 전(2618만 명)보다 2.8%(72만 명) 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산업 패턴의 변화로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것일 뿐 실제로 투입된 노동량 기준으로는 일자리가 줄고 있다. 시간제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전일제 근로자에 맞춰 환산(전업환산 기준)하면 취업자 수는 2020년 2444만 명으로 5년 전(2483만 명)보다 1.6%(39만 명)가 줄었다. 이 기간 중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8.3% 성장했음을 감안하면 고용 없는 성장을 실감케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기술 발전과 임금 상승에 대응해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절약적인 투자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노동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경제발전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높아진 생산성과 효율성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특히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욱 높아지고 일자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위험이 다분하다.
고용없는 성장 시대의 일자리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력이 뛰어난 서비스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1.5명(2020년)으로 공산품(6.3명)보다 월등히 높다. 같은 돈을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서비스업에 투자하면 두 배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서비스업의 취업자 비중이 67%로 영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13~16%포인트, 독일과 일본에 비해서도 6~7%포인트 낮다. 그만큼 서비스업 분야에는 취업자를 늘릴 여지가 많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