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4.23 05:00:00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5.32%)을 크게 웃돌며 35개 회원국 중 3위에 올랐다. OECD 자체 집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2월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95%를 기록하며 튀르키예(71.12%)와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먹고사는 데 쓰는 돈이 다른 나라들보다 많이 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니 서민 살림살이가 그만큼 더 힘들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촉발된 고물가 압박이 둔화하면서 주요국의 먹거리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숙인 반면 우리나라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뜀박질이 계속된 탓으로 분석된다.
식량자급률이 40%대 중반(2021년)에 그친 우리나라의 특성상 먹거리 물가는 세계 정세와 기후 변화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가공식품의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지역 분쟁과 날씨, 작황 변화에서 비롯된 수급 차질과 국제 가격 등락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내 먹거리 기업들의 운신 폭이 좁은 이유다. 하지만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먹거리 물가 상승을 주도한 농산물의 유통 구조 개선이다. 도매법인 등 중간상 배만 불리는 농산물 유통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사과만 해도 1, 2월 소비자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금사과’라는 비명이 쏟아졌어도 “돈 번 농가는 없다”고 할 만큼 왜곡된 유통 구조의 폐해가 크다. 과일, 채소, 농산물의 50%(2020년)가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현실에서 이곳의 경매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10월 첫발을 뗀 전국 단위의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유통 구조 개선의 물꼬가 될 수 있다. 유통 단계 및 마진의 대폭 축소를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서다. 취급 품목과 참여자 수 등에서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물가 당국 등의 협조와 관심만 따라도 성공 가능성은 작지 않다. 먹거리 물가가 춤추는 한 민생 안정은 빈말일 뿐임을 관련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