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외면한 에코프로머티에 모인 개미들…고평가 논란도 '고개'

by이용성 기자
2023.11.23 05:30:00

에코프로머티, 장중 10만원 돌파…시총 6조원대 ''껑충''
비싼 가격에 기관들 외면…수요예측서 17대 1 경쟁률
개인, ''사자'' 행보…급등세에 투자경고 종목 지정
증권가 "분석의 영역 넘어서…투자 주의" 당부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에코프로그룹의 전구체 기업 에코프로머티(450080)가 상장 나흘 만에 150% 넘게 오르며 급등했다. 앞선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비싸다는 등 이유로 기관의 외면을 받았지만, 상장 후 개인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이른바 불기둥을 뿜었다. 에코프로머티의 주가가 급등하자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머티의 적정가격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고평가 논란 속에서 ‘황제주(한 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주식)’에 올랐던 에코프로(086520)처럼 에코프로머티 역시 밸류에이션이 설명할 수 없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는 5.49% 하락한 9만1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에코프로머티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중 전일 대비 12.44%까지 올라 10만8500원을 찍으며 10만원 대를 돌파했고, 덕분에 한때 시가총액도 7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상승 폭을 반납하고 주가가 급락세를 타며 8만82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17일 상장한 후 지난 20일과 전날 연속 상한가 행진을 달렸다. 주가도 공모가인 3만6200원에서 나흘 만에 151.94% 올랐다. 주가가 급격히 오르자 한국거래소는 시장경보제도에 따라 에코프로머티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에코프로머티의 상승 배경에는 개인들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개인들은 에코프로머티가 상장한 지난 1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해 총 2836억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에코프로머티의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2조5604억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6조2222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91억원을 팔았고, 기관도 1436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들이 에코프로머티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으로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가 에코프로머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점이 손꼽힌다. 올해 폭등한 에코프로 등도 박 작가가 2차전지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보면서 개인들이 반응했다. 박 작가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전구체를 만들어서 직접 필드에 투입할 수 있는 기업은 에코프로머티가 유일하다. 에코프로머티의 3년 후 적정주가가 38만원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박 작가는 상장 후 에코프로머티를 추가 매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다르게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머티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에코프로머티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17.2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공모가는 공모가 희망범위(3만6200원~4만4000원)의 하단인 3만6200원에 확정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1141곳 중 76.3%인 871곳이 확정 공모가 3만62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내면서 밸류에이션(기업 평가가치) 대비 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에코프로머티는 최근 3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밸류에이션이 고평가가 됐다는 분석에 힘을 더했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14일 3분기 매출액 2400억원, 영업손실 69억원으로 집계되며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에코프로머티에 대해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내 전구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장기 실적 성장성 고려할 때, 에코프로머티의 적정 가치는 시가총액 2조9000억원”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와 마찬가지로 에코프로머티 역시 현재 분석의 영역을 넘어섰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의 가격은 공모가인 3만원 대도 비싼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이 그랬듯 에코프로머티도 밸류에이션으로 주가를 판단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