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으로 건물 점유하자 용역 써서 재점유…대법 “점유회수 청구 안 돼”
by박정수 기자
2023.09.08 06:00:55
“공사대금 달라”…시공업자 건물 점유
채권 자산관리업체, 시공업자 폭행해 건물 단독 점유
시공업자, 용역 동원해 건물 재점유…건물 점유회수 청구 소 제기
대법 “먼저 위법하게 침탈한 이상 점유회수 청구 안 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사안에서 자신의 점유가 침탈당했음을 이유로 점유자를 상대로 점유의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신이 먼저 위법하게 상대방의 점유를 침탈했다면, 상대방의 점유침탈을 문제 삼아 점유회수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부동산·채권 자산관리업체 A사가 시공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피고인 B씨는 청주시 청원구 소재 이 사건 건물의 신축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2012년 10월경부터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C씨는 2019년 5월 23일 이 사건 건물 101호에서 B씨를 만나 유치권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B씨의 얼굴을 폭행해 상해를 가했다.
C씨는 2019년 5월 24일 다시 B씨를 찾아갔고, 이에 위협을 느낀 B씨는 다음 날 오전 4시경 이 사건 건물에서 퇴거했으며, 원고 회사는 그때부터 이 사건 건물을 단독 점유하기 시작했다.
B씨는 2019년 5월 29일 약 30명의 용역직원을 동원해 이 사건 건물의 출입문을 개방하고 내부로 진입한 다음 건물에 있던 원고 회사의 직원들을 내보내고 경비용역업체를 통해 출입을 통제하는 등 다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9년 11월 원고 회사는 B씨 등을 상대로 민법 제204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점유회수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1심에서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심에서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 회사가 먼저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인 B씨의 점유를 침탈한 이상, B씨의 점유회수행위가 원고에 대해 점유침탈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가 B씨에 대해 점유회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탈환하였을 경우 민법에 따른 점유회수청구가 허용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점유자가 상대방의 점유침탈을 문제 삼아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점유자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 제209조 제2항의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자신의 점유가 침탈당했음을 이유로 점유자를 상대로 민법 제204조 제1항에 따른 점유의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 제209조 제2항에서 정한 자력구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먼저 점유를 침탈한 원고는 B씨에 대해 점유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학상으로 논의됐던 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사안에서 점유회수청구의 허용 여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