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수원 맥킨지, 4세대 SMR ‘초고온가스로’ 유망”
by강신우 기자
2023.03.30 04:00:00
맥킨지, 한수원에 경영컨설팅 보고서 제출
4세대 SMR 유망 노형으로 ‘VHTR’ 강조
초고온 산업공정열 활용에 수소까지 생산
국내선 선박 활용도 높은 MSR 개발 집중
“혁신형 SMR 수출길부터 열어야” 의견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앤컴퍼니(맥킨지)가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에 쓰이는 원자로 유형 중 ‘초고온가스(VHTR)로’가 수소 시대와 맞물려 유망한 노형으로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VHTR은 물이 아닌 헬륨을 냉각재로 이용하며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이 가능한 원자로다.
|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가 2021년11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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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달 말 맥킨지에 의뢰한 경영컨설팅 최종 보고서를 받았다. 경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룬 해당 문서에는 4세대 SMR 원자로형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900도 고온으로 전기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VHTR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수소 활용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고열과 수소 생산에 유리한 VHTR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전은 개발 단계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1세대는 인류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를, 2세대는 1970년대 말 설립된 원자로를, 3세대는 1990년대 이후 설립된 원자로다. 4세대는 물 대신 가스나 용융염 등을 냉각재로 사용해 핵연료 사용주기를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 점에서 이전 세대 원자로와 차별된다.
국내에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수원과 자체 개발한 SMR인 ‘스마트’(SMART)를 개량해 혁신형 SMR로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수로형인 3.5세대 SMR로 불린다.
비경수로형인 4세대 SMR은 앞서 원전 국제협의체인 4세대 원자력시스템국제포럼(GIF)이 100여개의 미래형 원전 후보 가운데 △VHTR △납냉각고속로(LFR) △소듐냉각고속로(SFR) △용융염원자로(MSR) △가스냉각고속로(GFR)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등 6개의 유망 원자로형을 선정했다. 주요국과 기업들은 현재 6개 노형별로 원전 개발과 투자가 활발한 상황이다.
GIF는 2001년 VHTR을 포함한 6개 노형의 4세대 원전을 개발하기 위한 국제포럼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유럽연합(EU), 중국이 참여해 연구하고 있다. VHTR 개발에 한창인 기업은 미국의 엑스에너지사(X-Energy)로 320메가와트이(MWe)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는 올해 초 엑스에너지사에 25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VHTR이 주목받는 것은 섭씨 900도의 높은 온도에서 물이 저절로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도록 해 제철소에서 쇠를 녹이는 데 사용하는 산업 공정열 공급과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 등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를 생산한다는 장점 때문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VHTR은 900도 이상의 초고온의 열과 수소를 생산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탄소감축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기존 탄소에 기반한 철강산업에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이 세계적으로 대두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현재 MSR 기술개발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MSR은 고온에서 녹인 소금인 ‘용융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외부 노출 시 자연적으로 고체화돼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가 없는 게 특징이다.
4세대 SMR에 대한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우선 현재 세계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아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에 놓인 3.5세대 한국형 SMR 사업인 ‘SMART’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형 SMR 사업은 2030년대 세계 SMR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6년간 총 3992억 원을 투입해 수출 등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SMR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윤경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혁신형 SMR은 예타가 통과돼 추진하고 있고 4세대 SMR은 융용염원자로 사업단이 꾸려져 시범 사업을 하는 단계, VHTR은 개념설계를 끝냈으며 경제성을 찾기 위한 부분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정합성과 시급성을 따진다면 우선 기개발 완료된 SMART 사업에 집중해 내수시장과 수출 길이 열린 이후 4세대 SMR을 논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