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이라고 차별 안 돼"…1심 뒤집고 동성부부 피부양자 인정
by박정수 기자
2023.02.22 06:00:00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자격 소송…1심 패→2심 승
"사실혼과 달리 취급해 차별…평등 원칙 위배"
1심과 마찬가지로 동성부부 사실혼 관계는 불인정
"성소수자 마땅한 권리 누리길"…시민단체, 동성혼 법제화 촉구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동성 부부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동성 부부 손을 들어줬다.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해 피부양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다.
|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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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씨와 김용민씨는 2013년부터 교제해 2019년 결혼했다. 소씨는 건강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 2018년 12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됐다.
2020년 2월 김씨는 동성 커플도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지 민원을 접수했고 건보공단 측은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소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들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건보공단 측은 ‘착오처리였다’며 2020년 10월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그동안 내지 않았던 보험료를 내라고 처분했다. 이에 소씨는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심도 사실혼의 성립요건인 혼인 역시 남녀의 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평등의 원칙에 따라 행정 처분을 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은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에 대해서는 달리 취급하고 있으나 두 집단이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없다”며 “이성인지 동성인지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날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는 동성혼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인권단체 측은 “오늘 사법부가 성소수자 가족의 차별 상황을 인정하고, 성소수자 가족들이 평등한 삶을 누리기 위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나아갈 길에 한 단계 디딤돌을 놓은 판결”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많은 성소수자들이 마땅한 권리를 누리길 요구하고 있다. 준비가 안 된 것은 정치권이고 국회”라며 “모든 성소수자가 혼인 평등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큰 싸움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