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싸게…보험약관대출로 몰리는 수요

by전선형 기자
2022.12.22 06:00:00

상단 금리 7.27%..마이너스통장은 7.7%
적금 깨거나 보험약관대출 상환하는 사례 늘어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직장인 A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 중인데, 최근 금리가 6.9%로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간 4% 후반 금리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금리가 오른다는 말에 부담이 컸다. 그러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보험 약관대출을 4%대로 받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가지고 있는 보험 중 약관대출금리가 4%대 중반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확인하고, 이를 받아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갚을 생각이다.

은행 신용대출금리가 7%대를 넘어 8%대를 목전에 두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차주들이 적금을 깨거나, 약관대출을 받아 대출액을 계획보다 앞당겨 상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이날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6.11~7.2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2.98~4.72%보다 하단은 3.13%포인트, 상단은 2.5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이보다 0.5%포인트가 높아 6.61~7.77% 수준으로 8%대에 육박한다.

신용대출 금리는 6개월 변동금리와 12개월 고정금리가 있다. 고정금리보다 6개월 변동금리가 훨씬 낮아 대부분 차주들이 변동금리를 사용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른 건 채권 금리 영향이 크다. 보통 은행들은 신용대출 6개월 변동금리 상품에 금융채를 기준금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금융채 금리가 껑충 뛰면서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일 기준 6개월 금융채 금리는 4.447%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1.598%였던 것과 비교해 3%포인트가 넘게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급상승하자, 이자 부담을 느낀 차주들은 대출금을 서둘러 갚는 분위기다. 금리가 낮은 적금을 깨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금리가 낮은 보험계약(약관)대출 등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약관대출은 보험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로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 범위(50~95%)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금리는 은행보다는 소폭 낮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최근 많이 찾는다. 실제 지난달 주요보험사 금리연동형 대출금리를 보면 한화생명이 4.64%, 삼성생명이 4.55%, 교보생명이 4.63%였다.

약관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잔액도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34개 생명·손해보험사의 가계 약관대출 잔액은 65조731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08억원(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중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2조9305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3분기에도 보험사 약관대출 증가세는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2조5000억원 감소했고,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 기관에서도 6000억원 줄어들었다. 반면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에서는 2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에서는 약관대출 증가로 인한 여파라고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약관대출로 몰리고 있다”며 “다만, 계약이 계속 유지된 상태의 보험이라면 보험료도 내야하고 약관대출 이자도 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계약상태를 잘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