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가전부터 도시까지 ‘초연결’…무한확장하는 사물인터넷
by이다원 기자
2022.09.02 06:00:00
<미래기술25-사물인터넷(IoT)①>
사람과 사물 양방향 연결해 소통
“삶 극적으로 바꾸는 계기 될 것”
가정 사용 늘어 ‘보안’ 중요성 대두
집안 넘어 산업까지…연간 6.7% 성장
지능형 IoT, 현실+가상 매개로 도약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말 그대로 사물들(Things)이 서로 연결돼 구성한 인터넷(Internet)입니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 책상, 소파 등 가구 그 자체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넣어 인터넷에 곧바로 연결한 것이죠.
| IoT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케빈 에쉬튼(Kevin Ashton) 전 벨킨 총책임자. (사진=케빈 에쉬튼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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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케빈 에쉬튼(Kevin Ashton) 전 벨킨 총책임자는 1999년 비누, 샴푸 등 소비재 제조·판매기업 P&G에서 일하며 매장에서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재고량은 어떤지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품에 태그를 붙여 이를 관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에쉬튼은 인터넷(Internet)과 연결되지 않은 일반 사물들(Things)을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IoT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일상 속 모든 물건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한 사람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바꾸겠단 목표도 세웠습니다.
사실 사물인터넷은 낯선 기술이 아닙니다. 앞서 사물인터넷과 비슷한 개념의 기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물에 작은 반도체 태그를 붙여 저장한 데이터를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읽고 무엇인지 식별하는 무선식별시스템(RFID)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개념의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개념도 있었죠. 모든 사물에 태그를 붙이고 각종 센서를 통해 사물과 환경 정보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얼핏 보면 IoT 개념과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IoT와 USN의 핵심적인 차이는 방향성입니다. USN은 사물을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했기 때문에 사람이 모든 것을 제어해야 했습니다. 정보를 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넘기려면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일방향 소통만이 가능했던 것이죠.
반면 IoT는 기기끼리 연결해놓았기 때문에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합니다. 빈집에 불이 켜져 있을 때 이를 자동으로 사람에게 알려주고, 사람이 불을 끌 것을 명령하면 IoT 기기가 이를 실행하는 식이죠. 유·무선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양방향 소통이 수월해진 만큼 IoT의 입지 또한 넓어지게 됐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보다 편리해지고, 스마트해지게 된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창시자인 에쉬튼 역시 사물인터넷이 우리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는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는 수많은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며 “사람과 사물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죠.
그렇다면 IoT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IoT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바로 ‘센싱(sensing)’ 입니다. IoT 기기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습득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처리한 데이터를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줍니다.
또 다른 요소는 ‘네트워크 인프라’ 입니다. 네트워크 인프라는 IoT 기기에 무선통신 모듈을 탑재하거나 인터넷주소(IP)를 부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를 통해 IoT 기기를 다른 기기나 인터넷과 연결하고, 기기가 만든 데이터를 IoT 플랫폼에 전달하게 됩니다. LTE·5G 등 유선·이동통신과 와이파이(WiFi) 등 무선랜,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술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도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해 가공하고 융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막대한 정보를 저장·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을 비롯해 데이터를 지키고 인증하는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IoT 보안이 핵심을 넘어 최우선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IoT 기기가 수집한 사용자 개인정보를 해킹이나 유출 위험에서 막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죠. IoT 보안 기술은 크게 센서·디바이스 보안, 네트워크·서버 보안, 플랫폼·애플리케이션(앱) 보안 등으로 나뉩니다.
최근 스마트홈 관련 기기를 해킹해 개인정보가 유출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에는 가정용 IoT 기기를 관리하는 ‘월패드’를 해킹해 아파트 실내 모습이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보안강화를 위한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IoT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스마트홈 기술을 생각해 볼까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에어컨·세탁기·냉장고를 제어하는 일은 이제 아주 익숙한 일이 됐습니다. 스마트 쓰레기통은 이제 비울 때가 됐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스마트 오븐은 조리할 메뉴를 고르면 자동으로 조리 시간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IoT를 통해 말 그대로 ‘스마트’한 삶이 도래한 거죠.
최근에는 IoT를 산업 분야에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은 제조를 비롯해 에너지·건설·농업 등 산업 현장 일선에 IoT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 최근 산업 분야 사물인터넷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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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IoT 도입을 통한 혁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분위기입니다. Io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공장’을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IoT 센서를 적용한 공장 장비를 활용해 제조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IoT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공장에서는 장비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집니다. 매분 매초 장비의 상태를 살필 수 있으니 어디 한 군데가 고장난다고 해도 빠르게 고칠 수 있겠죠. 또 공정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고, 너무 적거나 많이 생산했을 경우 신속하게 수량을 조절하는 등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위험물질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으니 공장 환경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겠죠.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IoT 시장은 2021년 767억달러(약 103조원)에서 오는 2026년 1061억달러(약 142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6.7%에 달합니다.
기술이 점차 고도화할수록 IoT 역시 다른 미래기술과 융합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IoT 산업계의 최근 화두는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입니다. 지능형 IoT는 IoT와 인공지능(AI)을 융합한 것을 말합니다. IoT 센서가 수집한 많은 양의 실시간 데이터를 AI가 알고리즘을 통해 직접 분석하고 의사결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능형 IoT가 적용된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를 살펴볼까요. AI 스피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들려줘”라고 말했을 때, 사용자가 이전에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와 비슷한 장르이거나 같은 가수의 노래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I가 이전에 들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결과물이죠.
| 지능형 IoT 기술은 스마트시티를 비롯해 다양한 미래 산업의 기반 기술이 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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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IoT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사물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형’ 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이 명령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생산성이 높아지겠죠.
지능형 IoT 기술은 다양한 미래 산업의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산업계에서는 지능형 IoT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이 변화했을 때 운전자와 보행자의 행동을 예측해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죠.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트윈 등 현실과 동기화하는 가상세계를 ‘초연결’하기 위해서도 지능형 IoT 기술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현실 공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알고리즘을 통해 낸 결과물을 가상 세계에서 볼 수 있다면 손쉬운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겠죠. 집과 거리, 교통과 에너지 등 도시 속 인프라를 지능형 IoT로 연결한다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예측할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