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공수처도 쫓기듯 입법 후 방치…반성과 보완 필요"[만났습니다②]

by하상렬 기자
2022.04.21 06:40:30

"디테일 無 성급히 법안 통과…도입 이후는 '나 몰라라'"
"실세라고? 위원이었을 뿐, 인사 관여 없었다"
"'황제 의전'·'통신 조회' 등 폐해 답습, 비판 마땅해"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찬희(57·사법연수원 30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겐 ‘공수처 산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당시 변협회장이었던 그는 당연직 위원으로서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 참석, 김진욱 공수처장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김 처장 외에도 이건리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를 추천했고, 김 처장과 이 전 부위원장이 최종 후보로 오른 뒤 김 처장이 임명됐다. 이후 그는 김 처장의 비서관을 직접 추천하고,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도 고교동문이라는 인연이 있어 ‘공수처 실세’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단지 위원 중 한 명의 자격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그것도 복수로 추천한 것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또 “평소 법조계 마당발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수많은 법조인들과 친분이 있어 추천한 것일뿐 법률을 위반해 인사에 관여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변호사회에 진정까지 접수됐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기각 결정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의 각종 미숙한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이 전 회장은 “인권과 원칙을 중시하는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해 놓고 ‘황제 의전’이니 ‘통신 조회’니 하는 과거 수사 기관들의 폐해를 답습한 공수처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실제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이라는 기대를 안고 지난해 출범한 공수처는 초기부터 피의자 신분이었던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의전’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고 지난해 말에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통신조회’ 논란으로 존폐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적도 미미했다. 구속·기소 0건으로 수사력 논란에 휩싸이다 지난달 11일 전 부장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출범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하는데 그쳤다.

이 전 회장은 이 모든 원인으로 국회의 ‘졸속 입법’과 입법 이후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법률 선진국에서는 법률과 제도를 수많은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만드는 대신 한 번 만든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는 지나치게 성급하다. 일단 뚝딱 만들기는 잘하나 너무나 허술한 점이 많고 도입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는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디테일’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법안을 통과시킨 결과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