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가격·배달비 공시 한 달…실효성 논란 여전

by남궁민관 기자
2022.03.27 09:34:00

라이더 수 부족·원자재 값 인상 등 원인 따로 있는데
배달비·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공시 '무슨 의미'?
한 달 사이 자료 조회수 보니 공론화 효과도 미미
오히려 관련 업계 '오해살까' 전전긍긍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천정부지 오르는 외식비와 배달비를 잡겠다며 정부가 각각 가격 공시제를 내놓은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당초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무용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미 오를 데로 오른 가격을 공시제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그나마 이를 찾아보는 소비자들조차 많지 않아 공론화 역할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에서 운행 중인 배민라이더스 라이더.(사진=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단협)는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실시한 2월 배달비 공시를 오는 30일 예정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배달비 공시제는 각 지역 음식점의 배달앱별 배달비를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비교가 가능하도록 취지로 마련됐으며 소단협에 조사·발표를 맡긴 정부는 이를 통해 최근 급등한 배달비를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지난달 23일부터 매주 발표하고 있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공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마련됐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은 김밥과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자장면, 삼겹살 등 12개 품목, 62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대표 메뉴 가격 및 인상률을 2월 셋째주부터 최근 3월 셋째주까지 다섯차례 공개한 상태다.

다만 이같은 배달비 공시제와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공표제의 실효성 논란은 각 제도 도입 전부터 불거져 현재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선 가격 정보 공개는 통상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 인하를 유도 또는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최근 배달비나 외식 가격 급등은 각 기업 내부 가격 결정이 아닌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기업들이 가격 인하 또는 인상을 억제할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배달비 급등의 경우 그 근본적 이유로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배달 수요는 급격히 증가한 반면 배달기사(이하 라이더) 수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중 음식서비스(배달) 거래액은 25조6847억원으로,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 9조7328억원 대비 164% 늘었다. 반면 라이더 취업자 수는 2019년 상반기 34만3000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42만3000명으로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식 가격 인상 흐름 또한 최근 지속되고 있는 전세계 원·부자재 가격 및 물류비 인상, 국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벌어지면서 주요 원·부자재는 물론 국제유가까지 출렁이며 외식 가격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114.8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상황으로, 이는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은 결과이기도 하다.

형평성 논란도 적지않다. 배달비 공시제를 통해 공개된 배달앱별 배달비는 음식점주가 자신과 소비자가 나눠 부담할 액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인데, 자칫 배달앱 업체들이 이를 책정하는 것처럼 곡해될 수 있어 업계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공표 역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지 않거나, 대표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포함시키는 등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각 업계에선 “인상 요인이 각 기업들에게 있지 않은데, 마치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와 관련 조사 주체들은 “소비자들에게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앞선 논란들을 불식시키기에 나섰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다.

소단협 공지사항 내 게시된 2월 배달비 공시 발표 조회수는 전날 기준 단 960여건, 소단협이 운영하는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 보도자료 내 게시된 같은 발표 조회수 역시 같은 날 1520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 정보 게시판에 올라오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 역시 2월 셋째주 자료는 2798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네 차례에 걸친 자료는 조회수 500건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배달비나 외식 모두 가격이 올라가는 근본적 원인이 따로 있는데,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만 공시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올라간 가격을 낮추기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가격 정보 공개로 추가 인상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그나마도 현재와 같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의미가 없다. 가격 공시로 실효성을 거두려했다면, 애초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사전에 고민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