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찰에 종부세라니’…문화재 보존 위해 중첩규제 없애야
by문승관 기자
2022.03.09 06:30:00
[윤승규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조상의 문화 중 후손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문화유산(文化遺産)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화유산에는 민족의 ‘얼’(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혼(魂)이 없는 사람을 ‘얼빠진 사람’이라고 하는 것처럼 ‘얼’은 정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유산이란 민족문화의 정통성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산이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을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12월9일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등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문화유산헌장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수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물려줘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른 것이다. 불교문화를 제외하면 대한민국 전통문화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국보와 보물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관리해오는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은 현재 각종 중첩 규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은 화장실 같은 방문객 편의시설조차 건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림은 자연공원법으로 관리되고 있어 활용에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공원 내 전통사찰에 적용하는 관련법은 자연공원법 등 12개 법으로 중첩 규제를 받고 있는 상태다.
국립공원제도 개선을 통해 공원 내 전통사찰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통사찰보존지에 적용했던 ‘분리과세’를 삭제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은 전통사찰에 대해 ‘세금폭탄’을 예고했다.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인 전통사찰 보존지를 ‘투기성 부동산’ 개념으로 치부해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현 정부의 발상은 애당초 근시안적 발상이다.
투기 목적이 전혀 없는 전통사찰 보존지에 대해 고율의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종부세 도입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다. 정치권도 전통문화유산 특별관리 차원에서 전통사찰 소유 토지에 부여하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감면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전통사찰뿐만 아니라 전국의 서원 등이 소유한 주택 부속토지에 타인 소유 주택이 있다면 종부세 합산배제는 당연하다. 현재 정부는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통사찰의 보수정비사업에 국고를 지원하고 사찰자는 20%만 부담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밀반출됐던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하루속히 오대산 사고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는 오대산에 문화재를 보존할 시설이 건립되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월정사가 2019년 전시와 보존을 최적화한 왕조실록의궤 박물관을 건립했지만 아직 두 문화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대산사고본 환지본처 결의안’이 올해 들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서 처리됐다. 정치권은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아 얄팍한 산술적 표 계산만을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우리 민족 혼이 담긴 민족문화를 후손에게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선거 이후에도 전통문화 보존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