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찾아온 AI에 달걀값 걱정 늘었지만…이번엔 다른 3가지 까닭
by이명철 기자
2021.11.19 07:17:00
음성·나주서 고병원성 AI 4건 발생…12월 철새 본격 도래
살처분 범위 조정하고 질병관리등급제 도입해 피해 최소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달걀가격, 수급 맞게 공판장 경매제 시행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겨울철 들어 가금농가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가 다시 도지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번질 경우 대량 살처분에 따른 닭고기, 달걀(계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가금농가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고병원성 AI 대응 상황은 예년보다 다른 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방역 조치 강화와 함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9일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번 특별방역대책기간 들어 가금농장에서는 음성 메추리농장(8일), 음성 육용오리농장(9일), 나주 육용오리농장(13일), 음성 육용오리농장(16일) 등 총 4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 지난 12일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사례가 발생해 방역 당국 관계자가 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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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철에는 가금농장에서 107건이 발생했는데 지금까지 확진 상황은 전년동기(5건)와 비교해 비슷한 속도다.
고병원성 AI가 확산하면 가장 큰 문제는 육계·달걀 가격 상승이다. 특히 지난 겨울철에는 산란계 1600만여마리를 살처분하면서 달걀 수급에 큰 차질을 겪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 한판(30개) 소매가격은 지난해 연평균 5378원에 그쳤지만 올해 1월에는 6481원으로 올랐고 3월 7612원까지 급등했다. 일부 마트나 시장에서는 1만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밥상물가 부담의 주범으로 지목 받기도 했다.
올해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곳은 육용오리·메추리 사육농장으로 아직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16일 기준 달걀 한판 소매가격은 5990원으로 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육계 1kg당 소매가격은 5309원으로 평년(537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도 해외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많은 만큼 국내 발생 가능성도 높지만 작년과는 달리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예방적 살처분 방식이 변경됐다. 지난 겨울철만 해도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3km 이내 전축종 살처분이 원칙이었다.
곳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살처분 규모는 크게 늘었고 일부 농가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데 과도한 살처분 조치로 피해가 크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올해 2월 들어서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반경 1km 내 발생 축종과 동일 축종으로 축소한 바 있다.
중수본은 위험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전축종으로 정했다. 지난해 3km와 비교했을 때 예방적 살처분 규모 또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발생농장 반경 3km 내 검사를 강화해 수평 전파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
| 질병관리등급제 평가 및 등급부여 절차. (이미지=농림축산식품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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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자율 방역 수준도 강화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질병관리등급제 시범 도입했다. 방역시설·장비·관리나 AI 발생 이력 등을 따져 가·나·다 3개로 나누고 예방적 살처분 제외 선택권을 주는 제도다. 대신 AI가 발생할 경우 보상금 지급 비율을 낮춰 책임을 강화했다.
지역별로 질병관리등급을 받은 농가가 늘어날 경우 AI의 수평 전파 차단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여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달걀값 안정 방안으로는 다음달 중 포천 축협과 여주 해밀 지역에 공판장을 개설해 달걀 경매를 실시한다. 달걀 판매 가격은 양계협회가 고시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시장의 수급 원리가 적시에 작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경매를 통해 가격이 투명하게 결정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아직까지 불안 요인은 상존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겨울 철새가 본격 도래하기 시작하면서 당분간 전국은 고병원성 AI 위험 지역에 들어간 강태다.
유럽은 월별 고병원성 AI 발생건수가 5월 83건에서 지난달 64건까지 늘어난 상태다. 인접국인 일본은 현재 산란계 농장 3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중수본은 철새 유입이 늘어나는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AI방역상황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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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에서 발생하는 고병원성 AI를 막기에는 힘들지만 가장 큰 걱정은 발생 농장에서 축산차량 등을 통한 수평 전파가 확산될 경우다. 현재 음성에서만 3건이 발생해 농장간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역학적인 관계는 나타나지 않고 야생조류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장화 갈아신기나 출입구 소독 등 기본 방역 수칙이 필수라고 방역 당국은 당부한다. 농장 규모가 작거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업무를 처리하는 곳은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입구 소독장치만으로는 방역 상황이 충분치 않을 수 있어 농장마다 보유한 고압 분무기로 전체를 소독하고 상대적으로 방역에 취약한 후문 출입구 등은 특별방역대책기간 동안 폐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방역 당국은 조언한다.
이동식 농식품부 방역정책과장은 “12월이 되면 철새가 더 들어오면서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크게 들어오는 만큼 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위험지역 예찰·방역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위험도 평가를 통해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는 등 체계적인 방역 조치를 통해 효과적이면서도 살처분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