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덩이 대중교통 적자, 정부가 손놓고 있을 일 아니다

by논설 위원
2021.05.28 06:00:00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직원을 1천명 이상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만성적인 적자운영 구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연간 적자가 지난해 1조원대로 불어나자 가만있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안 된다고 못 박아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마찬가지로 적자운영에 시달려온 서울시 마을버스 업체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다음 달 1일 운행 중단 계획을 예고했다가 철회했다. 서울시가 추경예산으로 마을버스 환승 손실금을 보전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전 지원금 규모가 미정이어서 불씨는 남아있다.

비단 서울시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중교통 만성적자가 계속되는 데 더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교통수요 감소로 적자 규모는 급증 추세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는 지하철 이용자가 1년 새 30% 이상 줄어들면서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적자가 연간 2천억원대로 올라섰다. 강원도 시내버스 업계는 1년 새 매출이 40% 가까이 줄어들자 운행 횟수와 노선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는 한편 강원도에 추가 재정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곳이나 적자의 근본 원인은 비슷하다. 수송비용 상승을 따라잡기 위한 요금 인상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운행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만성적 적자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요금 할인·면제 등의 영향도 일부 있다. 지역·업체별 부실경영 요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정부도 지자체도 대중교통의 만성적 적자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부는 대중교통 운영 업무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선거를 의식하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꺼린다.

대중교통 적자는 정부가 손 놓고 있을 단계를 넘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교통수요가 다시 늘어난다 해도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정부는 요금의 조정이나 체계 개편, 정부 재정지원의 기준과 방식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민생의 기본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운영 기관이나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만 압박하면 안전에 대한 투자가 뒤로 밀릴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