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초선 앞서 ‘도돌이표’ 강연…비전·공약 없는 안철수표 새정치
by권오석 기자
2020.12.03 00:00:00
2일 국민의힘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자로 나서
이전 강연서 언급한 분석·대안 반복에 ''기시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반(反)문재인 연대는 해답이 아닙니다”(11월 마포포럼·국민미래포럼)
“국민은 정부·여당에 실망하지만, 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습니다”(9월 미래혁신포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 나와서 한 말이다. 분명 전에도 들었던 익숙한 문장이었다. 안 대표가 앞서 진행했던 강연 자료들을 찾아봤다. 현장 워딩엔 미세한 차이는 있었지만 내용은 똑같았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의 온라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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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은 야권이 어떻게 재집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안 대표의 생각을 듣는 자리였다. 안 대표는 야권 전체가 모여야 한다며 “제1야당 뿐 아니라 중도,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 세력까지도 다 끌어모아야 겨우 해볼만한 선거다. 이들이 이슈를 중심으로 모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서울시장 등판론에 대해선 “출마 의사가 없다”며 부인하기도 했다.
강연은 어딘가 기시감이 들었다. 그는 객관적인 상황분석이 필요하다며, ARS가 아닌 면접원 방식의 여론조사에 더 주목한다고 했다. ARS를 통해선 양쪽 지지층이 과다 대표되고 일반 시민들의 응답률이 떨어져 민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김무성계 포럼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그 이전인 9월 미래혁신포럼에서 한 말과 같다.
이외에도 ‘유권자들이 표 찍는 이유는 좋아서, 혹은 상대가 싫어서, 혹은 필요해서이다’ ‘관치경제가 국내 대기업의 자유를 빼앗았다’ ‘반문재인 연대로는 안 된다’ 등 이미 언급해왔던 분석과 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질문에도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것뿐 아니라 재개발을 통해 오래된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만드는 것도 공급이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의정 활동은 물론,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 장소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이들은 안 대표의 ‘도돌이표’ 강연을 들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