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포트폴리오는?…절반이 "현행 유지"
by박정수 기자
2020.06.24 00:12:00
[코로나19 크레딧전문가설문](下)
크레디트 투자 늘리기보다 현행 수준 유지
비중 변경해도 10% 이내…"신중한 접근"
비중 축소 시 ‘A’급 줄이겠다는 10명 中 4명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크레딧 투자를 늘리기보다 현행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3월부터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을 시작으로 매달 다각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보수적인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특히나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소폭에 머물 것이며 ‘AA’급과 같이 우량등급 회사채를 주요 대상으로 하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23일 이데일리가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크레딧전문가설문 결과 164명의 유효응답자 가운데 85명(51.8%)은 하반기 크레딧물 투자 계획에 대해 ‘현행 유지’로 답했다. 하반기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49명(29.9%)이었으며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30명(18.3%)이 했다.
한 증권사 채권상품 센터장은 “크레딧 시장이 ‘A+’등급 이상의 협소한 시장으로 변하다 보니 껍데기는 커졌으나 알맹이는 없는 게 문제”라며 “하반기 크레딧 시장 심리는 안정화에 쏠려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크레딧물 비중 변경(확대 또는 축소)을 검토한다면 그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10% 이내라는 답이 86명(52.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20%는 45명(27.4%), 20~30%는 21명(12.8%) 수준이다. 30~50% 변경은 9명(5.5%)에 불과했고 50% 이상은 3명(1.8%)에 그쳤다.
이는 업종별·등급별 양극화 심화와 스프레드 차별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크레딧 시장 전망에 대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164명 가운데 114명(69.5%)이 업종별 양극화와 스프레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하반기 크레딧 시장이 전반적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스프레드 차별화가 일어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안전지향적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크레디트 비중 확대 시 ‘AA’급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95명(57.9%)에 달했고 ‘AAA’급도 40명(24.4%)이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비중 축소 시 ‘A’급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는 74명(45.1%)으로 가장 많았고 ‘AA’급 축소가 31명(18.9%)으로 뒤를 이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급에 대한 투자 선호도는 낮아지는 상황이라 안타깝다”며 “실질적인 크레딧 시장의 주류는 A급인데 투자자들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혀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섹터별로 보면 비중 확대는 회사채가 72명(43.9%)으로 가장 많고 공사채(38명, 23.2%), 캐피탈채(26명, 15.9%) 순으로 집계됐다. 섹터별 축소도 회사채가 65명(39.6%)으로 가장 많았고 캐피탈채 52명(31.7%), 은행채 18명(11.0%) 순으로 조사됐다.
한 증권사 채권상품 센터장은 “공사채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은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안전자산 선호로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회사채의 경우 벤치마크(BM, 기준수익률)만큼 회사채 비중을 담은 운용사 등이 늘린다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기금, 증권, 운용, 보험, 은행 등에 소속된 크레딧 애널리스트, 채권 매니저, 브로커, 투자은행(IB) 담당자 등 전문가 166명이 응답했고 이중 크레딧 업무 1년 미만인 2명을 제외한 유효응답자 164명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담당업무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53명 △채권매니저 78명 △채권브로커 12명 △기타 21명이다. 소속기관별로는 △증권 66명 △운용 48명 △연기금 공제 19명 △보험 18명 △은행 10명 △기타 3명이다. 이와 별개로 국내 신용평가 3사에도 신용평가 업무와 이해상충이 없는 부분에 한해 설문을 진행해 30명의 유효응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