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해진 공모 창투조합제도 ‘투자유치 0건’
by문승관 기자
2019.02.07 05:20:00
文정부, 지난 2017년 국정과제 5개년 계획에 포함했지만
제도적인 한계점·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결국 실패에 그쳐
정부 “선박펀드 참조…벤처투자촉진법 개정 등 맹점 보완”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일반 국민과 근로자의 벤처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국정과제 5개년 계획으로 발표했던 ‘공모 창업투자조합제도(공모 창투조합제)’가 단 1건의 투자유치도 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정협의까지 거치며 비과세와 소득공제의 당근책까지 제시했지만 제도의 한계점과 실효성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회의적 반응 등으로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벤처투자촉진법’ 등을 개정해 공모 창투조합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정책 방향의 변화없이는 실패를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VC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도입한 공모 창투조합제의 투자유치건수가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건도 없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공모 창투조합제가 시작한 후 투자유치 건수가 0건이었다”며 “사실 시작 후에 제대로 된 관리나 신경을 못 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전 벤처투자조합 제도는 49명 이하의 투자자로 구성한 사모펀드로만 운영이 가능했다. 개인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면 크라운드 펀딩을 이용하거나 신탁형 사모펀드에 가입해야 투자할 수 있었다. 개인이나 일반인의 투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VC가 공모펀드를 결성하면 개인은 손쉽게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적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공모 창투조합제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현행 창투조합에 적용하는 세제혜택인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출자금 소득공제를 공모 창투조합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당근책’까지 제시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공모 창투조합제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제도 한계점을 꼽는다. 적극적인 혜택에도 VC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관리의 어려움’이었다. 소수 투자자만 관리하던 사모펀드와는 달리 공모펀드는 이해관계가 다양한 투자자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인력이 한정적인 VC로서는 품이 많이 드는 공모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VC는 벤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적인 목적과 수익률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수익률만을 좇는 개인투자자가 VC 투자에 일일이 간섭하기 시작하면 펀드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높아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지 않은 점도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VC가 조성한 펀드의 만기는 일반적으로 5~10년이다. 손해를 볼 위험자산에 수년간 돈을 묶어둘 일반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VC 고위관계자는 “공모펀드는 대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며 “일부 자산가를 제외하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VC펀드에 투자할 개인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제도의 맹점을 보완해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공모펀드를 조성하고 운용을 창투나사 VC에게 일임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 맹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기존 선박펀드 구조 등을 살펴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선박펀드처럼 별도의 운용사를 만들어 공모펀드를 구성하고 이 펀드를 페이퍼컴퍼니(SPC)로 만든 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형태다.
일반인이 이 펀드에 투자하면 실제 주주가 된다. 선박펀드처럼 3개월에 한 번씩 배당금 받는 방안 등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도 활성화를 위해 벤처투자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조합결성ㆍ업무집행ㆍ해산 등 조합운용에 관한 사항과 관련법령에 따른 투자자보호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