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는 희생양"‥화웨이, 미중무역전쟁 상징으로 부상

by방성훈 기자
2019.01.22 05:58:00

"멍완저우가 미중 무역전쟁 희생자"
복귀 기원 열풍..캐나다 현지서 "보증 서겠다" 자원도
밑바닥부터 시작한 멍 부회장 성실함도 한몫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멍완저우(46)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중 무역전쟁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현지시간)이 내놓은 평가다.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당한 이후 중국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자 또는 순교자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화웨이는 이제 국민기업으로 발돋움한 모양새다.

특히 멍 부회장은 화웨이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실질적인 주역이자 미중 무역전쟁을 대변하는 인물이 됐다.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에선 멍 부회장의 복귀를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종이컵을 쓰기 시작했다. 등대 그림과 함께 멍 부회장이 빨리 귀향하길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달 멍 부회장이 보석을 신청했을 때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보증을 서겠다”며 자신의 집이나 재산을 담보로 내놓았다.

멍 부회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광 뒤에는 안간적인 면모도 한몫을 차지한다. 멍 부회장은 지난 1992년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을 시도했으나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자발급을 거부당했다. 이듬해 화웨이에 입사해 안내원, 타이핑 직원, 전시회 보조 등 밑바닥 일부터 시작했다. 직원들과 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등 20여년 동안 아무도 그가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계속해 1998년 화중이공대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캐나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서는 그녀는 진정성 있고 정직한,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어머니로 묘사되고 있다. 멍 부회장은 “나는 25년 동안 열심히 일해왔다. 만약 내가 풀려나게 된다면 유일한 목표는 남편과 딸과 함께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멍 부회장은 일에 있어서도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기업가로 그려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멍 부회장은 적어도 10년 이상 세계 각국 정부와 투자자, 은행가 등을 상대로 자사 장비를 안심하고 써도 된다며 설득해 왔다. 덕분에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7개의 여권은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임원들 중에선 유일하게 월스트리트 은행가들과 개인적으로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등과도 친분이 두텁다. 이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과도 연이 닿아 있다.

신문은 하지만 “작년 12월 1일 그녀가 홍콩에서 캐세이퍼시픽 항공기를 타고 캐나다 벤쿠버에 도착했을 때 상황이 바뀌었다. 멍 부회장은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측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멍 부회장 체포 이후 국제사회의 화웨이 견제가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에 이어 독일, 일본, 스웨덴 등도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멍 부회장이 부재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멍 부회장은 현재 자신에게 부여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보석 허가를 받아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한 본인 소유 2개 주택 중 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외부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미국으로 인도될 예정이나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멍완저우(오른쪽 첫번째)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달 12일 보석으로 풀려난 뒤 캐나다 벤쿠버 자택에서 지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AFP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