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정자법]"신인 등용 위해 필요" vs "돈 정치 부활 우려"

by이승현 기자
2018.08.09 05:00:00

노회찬 죽음 이후 국회서 개정 논의 촉발
''모금 가능 대상 확대'' ''후원금 액수 상향'' 쟁점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을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 vs “돈먹는 하마인 지구당을 부활시키자는 거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적 선택 이후 정치권에서 정치자금법(이하 정자법) 개정 논의가 불붙고 있다. 우선은 개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돈 정치가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정자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과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후원금의 액수를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는 현역 국회의원과 총선의 경우 예비후보로 등록한 출마자들만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치 신인들이나 원외위원장들은 예비후보 등록 전에는 후원금을 걷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평소에 지역 행사를 다니며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 신인들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지역활동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후원금을 걷어 사용하는 현역 의원들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 정치 신인이나 원외위원장들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후원금의 상한액을 높이자는 측은 2004년 정자법을 개정하면서 정해 놓은 상한액을 14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손보지 않은 것을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후원금 상한액은 현역 지역구 의원의 경우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 없는 해엔 1억 5000만원이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과 예비후보는 1억 5000만원까지 모금을 할 수 있다.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당장 나오는 말이 ‘지구당 부활’이다. 지금의 정자법은 2004년 일명 ‘오세훈법’으로 불린 것으로, 지구당 폐지와 법인·단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후원인의 기부한도 축소, 후원회의 모금·기부 한도 축소를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돈 정치’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자법을 개정해 원외들에게 후원을 허용할 경우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던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지금도 현역 의원 절반이 후원금의 한도를 못 채우는 상황에서 상한액을 올리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야 모두 과거 지구당과 같은 성격의 지역(당협)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위를 법적 기구화하거나 예비후보 등록 기간을 1년 정도까지 늘리는 식으로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후원금 모금과 지출 내역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