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본시장 중심 기업구조조정 나서야

by김영수 기자
2018.04.11 05:00:00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 설치
구조조정 옥석가리기 가능
투자정보 자유롭게 공유
경영 정상화 기회 제공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미국에서 레몬은 겉보기엔 먹음직스럽지만 신맛이 강해 시장에서 외면 받는 과일이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겉과 속이 다른 레몬처럼 정보 불균형과 비대칭이 있는 시장을 ‘레몬마켓’으로 일컫기도 한다.

기업구조조정시장 역시 정보 불균형과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의 불투명성 문제로 ‘레몬마켓’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법이 전통적인 은행 대출 방식에서 회사채,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차입방식의 변화로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다양해지면서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도 채권금융기관 중심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민간투자자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와 기업을 이어줄 마땅한 투자매칭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자본시장 중심의 신뢰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구축에 있다. 기업구조조정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자본시장의 민간투자자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서로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새 정부의 기업구조혁신 지원 방안’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캠코 역시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춰 기업·자본시장 투자자 등 시장주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기업구조조정 플랫폼인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이달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는 지역에 소재한 경영 위기 기업의 상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을 거점으로 전국 총 27개의 오프라인 센터와 온라인 정보플랫폼 홈페이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투자자는 센터에 축적된 기업 정보를 활용하여 적격투자대상을 발굴할 수 있고 기업은 적합한 투자자에게 기업 IR과 투자제안서 등을 발송하여 피드백을 제공받거나 투자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센터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투자자(PEF)만 이용이 가능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 물색 및 검증에 소요되는 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캠코는 회생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프로그램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낙인효과, 손실 가능성 등으로 금융시장으로부터 소외된 회생기업이 대상이다. 실제로 올해 캠코는 회생기업이 사업기반을 유지하면서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채권결집 및 신규자금 지원에 1500억원, 자산매입후 임대프로그램에 1500억원 등 총 3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회생법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회생기업정보를 공유하는 등 기술력을 갖춘 회생기업을 적극적으로 선별하여 지원할 예정이다. 실제로 캠코는 2015년부터 자산매입후 임대프로그램을 통해 17개 기업에 232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으며 이중 2개 기업은 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산업구조의 변화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의 골든타임 역시 짧아지고 있다.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선 옥석(玉石)을 가려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캠코가 운영할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는 기업구조조정시장에 있어 정보 비대칭이라는 비효율성을 제거하여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시대를 여는 허브가 될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캠코의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와 ‘회생기업 경영정상화 지원프로그램’이 건실한 중소기업들에게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초석을 제공하고 나아가 우리경제가 혁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춘풍(春風)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