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수주 '쾌속 질주'에도 "환호는 이르다"
by남궁민관 기자
2018.03.11 09:41:50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이 시운전 중에 있다.현대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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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2016년 수주절벽, 2017년 일감절벽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국내 조선 빅3가 올해 수주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현재의 수주는 미래에 가시화될 실적인만큼, 당장 직면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 및 원자재값·원화 강세 등 위기 극복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현재까지 51척의 수주를 따냈다. 총 수주 액수는 44억달러(한화 약 4조6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올들어 현재까지 총 29척, 20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했다. 선종별로 가스선 11척(LNG선 3척, LPG선 8척), 유조선 10척(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 포함), 컨테이너선 6척,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 2척 등이다.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8척, LNG선 2척, 유조선 2척 등 총 12척(12억1000만달러),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4척, VLCC 5척, 특수선 1척 등 총 10척(12억달러)의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확보한 수주 가운데 컨테이너선과 가스선 등 고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수익성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흐름상 이들 선종에 대한 수주 확대는 전세계 조선 업황 부활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해운 물동량 증가로 컨테이너선 수주가 증가하고, 환경규제 강화로 가스 운송이 확대되면서 LNG·LPG선 수주 역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유조선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 컨테이너선과 가스선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이 이어지면 여력이 생긴 선주들은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LNG선과 관련 기대감은 매우 높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중국이 친환경 연료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미국은 셰일가스 수출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LNG 소비량 급증이 기대된다”며 “LNG선은 후판은 적게 사용하면서도 선가는 비싼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NG선 선가는 평균 1억8000만달러 수준으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1억4000만달러)보다 비싸다. 반면 크기가 작아 후판 사용량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높은 수익성을 갖췄다.
중국 대비 높은 기술 경쟁력 역시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업체는 후동조선이 유일하지만 건조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며 ”시장에서는 LNG 생산량이 매년 1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올해 LNG선 발주만 40여척에 이를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환호하기에는 이르다. 올해 수주가 본격적으로 실적으로 잡히는 시점은 건조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로,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수주회복세는 뚜렷하나 수익창출이 어려운 수준의 선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매출 축소세 지속으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되고 강재 및 환율 등 원가요인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단기적 영업실적 전망을 어둡게 봤다. 이어 “단기적으로 고정비 부담 축소 노력을 계속해야한다”며 “또 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요 선종인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위협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 관계자 역시 “올해 예상 매출을 줄였고 줄어든 매출에서 이익을 내거나 또는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결국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작업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수주는 미래의 매출이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지만 향후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