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316일만에 1심 구형…崔 '25년형' 넘기나
by한광범 기자
2018.02.27 05:00:00
공범 재판서 15개 혐의 공모 인정…"崔가 배신" 주장 일축
국정농단 정점’ 판단…‘대통령 직책 이용’죄책 크게 볼듯
의혹 공개 후 14개월만에 1심 종결…이르면 3월 내 선고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국정농단 첫 공판이 열린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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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정농단 의혹으로 탄핵·파면 후 구속기소된 박근혜(66) 전 대통령 1심 재판이 27일 심리를 종결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40년 지기이자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62)씨에게 책임을 떠넘겨왔지만 중형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날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결심공판을 심리한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 14개월, 기소 후 316일 만이다.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확실시돼 결심공판은 피고인 최후진술 없이 검찰 구형과 변호인단의 최종 의견 진술 절차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시간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각 30분, 2시간이라고 재판부에 밝혔다.
선고일자는 공판 말미에 재판부가 고지하게 된다. 최씨 사건이 결심에서 선고까지 두 달이 소요됐지만 박 전 대통령 선고는 이보다 적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씨 판결에서 상당 부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판단한 만큼 추가적인 시간 소요가 적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은 이르면 3월 내, 늦어도 4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직무정지 중이었던 지난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10월 첫 법정 진술에서도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며 최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어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대해 “법치의 이름으로 한 정치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정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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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의 국정농단 재판 결과는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국정농단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 압력 혐의를 제외한 17개 혐의에 대해 다른 공범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공모 여부에 대해 판단이 나온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혐의는 13개이다. 같은 재판부가 선고한 만큼 최씨 1심 판결문은 미리 보는 박 전 대통령 판결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씨 1심 판결은 최씨 혐의 중 11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지만 △정유라 승마 지원 삼성 뇌물 수수 △면세점 관련 롯데 뇌물 수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후원 압박 등 주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법원이 보는 사건의 성격이 ‘정경유착’이 아닌 ‘기업 돈 갈취’라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선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앞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1심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며 사건의 성격을 ‘정경유착’으로 봤던 것과 달리 이 부회장 2심과 최씨 1심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기업들에게 돈을 갈취한 사건’으로 결론 냈다. 이에 따라 유죄로 인정된 삼성·SK·롯데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요구형(강요형) 뇌물”이라고 결론짓고 박 전 대통령의 죄책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 사정도 마찬가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김기춘(78) 전 대통령비서실장 항소심 재판부도 “충분히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실상 범죄의 최정점에 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앞서 1심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 강요에 대한 공모만 인정한 것에 비해 2심이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강요’까지 모두 공모를 인정한 것이다. 이밖에도 주요 인사 자료 등 청와대 비밀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 1심 판결에서도 박 전 대통령 공모가 인정됐다. 정 전 비서관 1심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재판 결과를 고려할 때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인 최씨보다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에게 징역 25년,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9735만원을 구형했고, 1심은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9427만원을 선고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공무원이 직책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범보다 형량이 높다”며 “박 전 대통령도 대통령 권한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최씨보다 죄책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고 인정되면 양형에서 더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