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축제③] 온 가족이 신명 나는 국악 한마당, 영동난계국악축제
by강경록 기자
2017.08.26 06:00:03
한국관광공사 9월 추천가볼만한 곳
글·사진= 최갑수(여행 작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영동군 심천면은 난계 박연의 고향이다. 박연은 우륵, 왕산악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불리는 인물. 우륵과 왕산악이 각각 가야금과 거문고로 유명하다면, 박연은 편경을 개량하고 조선 초기 궁중음악을 정리해 조선왕조가 국가 체제를 완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영동군 영동천 일대에서 열리는 영동난계국악축제는 국내에서 유일한 국악 전문 축제다. 1965년 난계 박연의 업적을 기리는 난계예술제로 시작했으며, 1998년부터 명칭을 난계국악축제로 바꿔 지금까지 이어진다. 공연과 체험, 경연 대회, 학술 대회가 함께 열리고 국악 연주자와 학자, 일반인이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축제는 난계사에서 박연 선생 숭모제를 모시며 시작한다. 주 무대는 영동천 일대. 난계국악단의 흥겨운 국악 공연과 다양한 퓨전 국악 연주도 어우러진다. 조선 시대 어가 행렬과 종묘제례악 시연은 축제 기간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행사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난계사 옆에 자리한 난계국악기제작촌은 국악기 보급과 활성화를 위한 곳이다. 현악기와 타악기 공방에서 국악 장인들이 가야금과 거문고, 아
| 다양한 국악 관련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난계 국악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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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 해금, 북, 장구 등을 만든다. 일반인이 미니어처 국악기 제작 체험을 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이 밖에 전통 악기 전시와 연주 체험, 민속놀이 체험, 야생화와 동양화 전시회 등 부대 행사가 곁들여진다. 영동난계국악축제 기간에 영동천 일원에서 대한민국와인축제도 열리니 함께 돌아보면 좋다.
축제를 즐기며 박연의 흔적을 더듬어보자. 심천면 고당리에는 박연의 생가를 복원해놓았다. 기와집으로 만든 안채와 초가로 만든 사랑채가 ‘ㄱ 자형’으로 놓였다. 하급 관리 박천석의 아들로 이곳에서 태어난 박연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피리를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난계국악박물관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가야금과 해금, 비파 같은 현악기, 대금과 나발 등 관악기, 징과 북, 편경 등 타악기가 종류별로 전시된다. 60점이 넘는 국악기를 만나다 보면 국악이 낯설고 어려운 음악이 아님을 저절로 깨닫는다.
민속자료전시실에는 고인이 되었거나 월북한 국악인의 녹음 자료, 국악 공연 실황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등 귀한 자료가 많다. 《세종실록》 《대악후보》 《악학궤범》 《가곡원류》 등 국악 관련 고문서와 다양한 국악 의상도 국악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해준다.
이곳에 전시된 편경을 유심히 보자. 박연에게 가장 중요한 편경은 두께가 다른 ‘ㄱ 자형’ 경돌 16개를 아래위 2단으로 매달아 각퇴(쇠뿔로 만든 방망이)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 모든 악기를 조율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편경이 전해진 때는 1116년(고려 예종 11)으로, 송나라 궁중에서 연주된 대성악과 함께 들어왔다. 편경은 종묘에서 제사 지낼 때 쓰는 종묘제례악, 토지신과 곡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사직, 타국에서 온 사신이나 국빈을 대접하는 연향에 쓰이는 악기다. 《경국대전》에는 “편경을 망가뜨리는 자는 곤장 100대와 유배 3년에 처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대접을 받았다. 박연은 세종대왕의 명으로 편경을 개량하고, 조회악과 회례악을 창제했으며, 종묘제례악을 정돈하는 등 우리나라 음악의 기반을 닦았다.
영동국악체험촌은 국악의 신명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난계국악단이 〈토요 상설 공연〉을 한다. 국악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판소리 등 흥겨운 우리 가락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사물놀이, 거문고, 난타 체험 등 국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는 체험실이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보자.
천고(天鼓)도 두드려보자. ‘소망과 염원을 하늘에 전달하는 북’이라는 뜻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북이다. 난계국악기제작촌의 이석제 씨가 15개월 동안 만들었으며, 울림판 지름 5.54m, 북 몸통 5.96m, 무게 7t에 이른다. 이 거대한 북에 수령 150년 이상 된 소나무 원목이 15t 트럭 4대 분량, 어미 소 40마리의 가죽이 사용됐다고 한다.
한바탕 신명 나는 축제와 국악 체험을 즐겼다면, 이제 영동 여행에 나서보자.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옥계폭포다. 박연 선생이 이곳에서 자주 피리를 불었다고 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높이 20여 m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옛날 폭포 아래쪽에 양바위가 있었는데, 이 바위가 폭포의 멋진 풍경을 방해한다고 마을 사람들이 치워버렸다. 그때부터 마을 남자들이 하나둘 사고로 죽는 것을 이상히 여겨 양바위를 제자리로 옮기니, 더는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영동에는 초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좋은 여행지가 많다. 송호국민관광지 가는 길에 만나는 강선대는 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절벽에 올라앉은 정자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만이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산줄기가 어울려 산수화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강선대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곧 송호국민관광지다.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 수백 그루가 숲을 이루고, 캠핑장과 방갈로, 산책로, 놀이터 등이 있어 한나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걷다 보면 강선대와 마주 보는 자리에 여의정이 있다. 조선 시대 연안부사를 지낸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만든 정자다. 처음에는 자신의 호를 따 만취당이라 불렀지만, 1935년에 후손들이 다시 짓고 이름을 바꿨다.
송호국민관광지에서 49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도마령이다. 민주지산을 넘는 구절양장으로, 영동의 산세와 함께 멋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상촌면과 용화면을 잇는 구간은 이 길의 하이라이트다. 영화 〈집으로〉 첫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고, 김훈의 수필집 《자전거 여행》에도 등장한다. 도마령이라는 이름은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는 고개’에서 유래했다.
영동의 맛있는 음식도 여행을 즐겁게 한다. 영동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금강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로 만든 도리뱅뱅이와 어죽을 꼽는다. 손질한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둥글게 놓고 튀긴 다음 양념을 발라 조린 도리뱅뱅이는 비린내 없이 고소한 맛에 반한다. 바삭바삭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쏘가리, 동자개, 메기 등 갓 잡은 민물고기를 통째로 두 시간쯤 삶은 뒤 국수와 수제비를 넣고 끓인 어죽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옥계폭포→난계 박연선생 생가→난계국악박물관→영동국악체험촌
△1박 2일 여행 코스= 옥계폭포→난계 박연선생 생가→난계국악박물관→영동국악체험촌→영동난계국악축제→강선대→송호국민관광지→도마령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서울역-영동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23회(05:50~22:55) 운행, 2시간 20분~2시간 40분 소요. [버스] 서울-영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10:00, 14:00, 18:0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자가운전 정보=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영동 IC→영동 방면 [부산 출발] 경부고속도로→황간 IC→영동 방면 [광주 출발] 호남고속도로→서대전 JC→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영동 IC→영동 방면
△주변 볼거리= 난계사, 천태산, 영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