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이 비밀번호, 생체인증]①스마트폰 홍채인식 '1초면 로그인'

by정병묵 기자
2017.07.07 04:50:10

삼성 스마트폰의 홍채 인증 기술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생체 인증이 피부에 와 닿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 ‘갤럭시노트7’을 통해 첫선을 보인 홍채 인식 보안 기술은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만 보던 생체 인증을 대중화시켰다. 노트7은 소손 사태로 단종됐지만 올해 4월 후속작 ‘갤럭시S8’을 통해 고스란히 이어져 각종 개인 식별에 널리 쓰이고 있다.

갤럭시S8의 홍채 인식 기능은 제품에 내장된 전용 카메라로 1초만에 이용자의 홍채를 읽어 잠금 해제, 온라인 로그인 및 은행 이체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홍채가 현존하는 최고 보안수준의 생체정보이며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채 정보를 채집하고 나면 이 정보를 암호화해 삼성의 보안플랫폼 ‘녹스(Knox)’ 내 ‘트러스트존’에 보관한다. 이 값과 비교해 인증을 성공했을 경우만 은행, 로그인 앱 등이 구동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인도에서 7인치형 태블릿 ‘갤럭시 탭 아이리스’에 홍채 인식 기능을 탑재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약 12억명 국민의 홍채와 지문정보를 등록하고 생체 인식 카드를 발급하는 프로젝트인 ‘아드하르(Aadhaar)’를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은 현지 은행과 정부에 이 제품을 납품 중이다.

홍채 인식은 매우 간단하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켜려고 하면 앞면 상단부에 홍채 인식을 위한 카메라와 ‘IR LED’가 깜빡거린다. 화면에는 원 두개가 뜬다. 홍채 정보를 1~2초 정도 스마트폰이 인식한 뒤 등록됐는데, 같은 절차를 반복하면 별도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고도 잠금화면을 열 수 있다. 기존 패스워드나 지문인식도 여전히 사용 가능하다.

홍채 인식은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빠르게 열기 위한 기능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 온 보안 플랫폼 ‘녹스’, 모바일 결제 ‘삼성페이’, ‘삼성패스’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한 핵심 기술이다. 작년 8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한국과 미국에서 가입자 500만명, 누적 결제 금액 10억달러를 돌파한 삼성페이는 홍채 인식을 통해 더 빠르고 안전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선보인 ‘삼성패스’는 등록된 홍채 정보로 각종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포털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등록한 뒤 홍채 스캔을 하니 자동으로 간편하게 로그인된다.

한편 생체 인증은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현재 모든 스마트폰이 후면에 채택한 달려 있는 지문 인식 센서를 어느 회사가 앞면 디스플레이에 장착할 지가 관심사다. 별도 센서가 아닌 디스플레이를 통해 지문 인식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현재로서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열린 ‘상하이 MWC’에서 중국 비보(Vivo)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센서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애플은 4분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에 이 기술 도입을 검토했으나 최근 ‘얼굴 인식’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혁신할 것은 거의 다 한 상태에서 생체 인증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미지의 혁신 영역”이라며 “이 분야에서 앞서가기 위한 각사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