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혼부부 "단칸방에선 애 못 키운다 전해라"

by양희동 기자
2015.12.16 05:31: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전용면적 36㎡형은 ‘국민임대’ 주택에 주로 공급하며 대부분 입주자가 면적에 만족하고 있다.”



얼마 전 국토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수도권에 신혼부부용 행복주택 특화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특화단지에 공급하겠다는 전용 36㎡형은 방이 1개뿐인 ‘1.5룸’ 형태로 신혼부부가 최대 10년간 살면서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좁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국토부가 올해 초 발표한 주거실태 조사에서도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주거면적이 33.1㎡에 달해 신혼부부용으로 전용 36㎡형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당 주택형은 국민임대에 많이 공급하고 있고, 면적에 대한 거주자들의 불만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면적을 넓히면 임대료 부담이 증가하고 공급 호수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민임대와 신혼부부용 행복주택 특화단지는 입주 대상 및 자격, 공급 목적이 전혀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임대는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무주택자에 공급한다. 평균 소득 이하 저소득층이 대상이란 얘기다. 반면 신혼부부 행복주택은 평균 소득 100% 이하(맞벌이 120% 이하)로 5·10년 공공임대주택 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한다. 저출산 극복이란 목적과 중산층 신혼부부란 대상은 외면하고 임대료(시세 대비 60~80%)만 국민임대 수준에 맞추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사실 국토부는 지난해 결혼 1~5년차 신혼부부 2677쌍을 대상으로 주거실태 조사를 실시해 올해 5월 초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참여했던 신혼부부는 행복주택 입주 대상과 소득 등 모든 조건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들 중 “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없다”고 한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작은 주택 규모’ 때문(29.3%)이란 대답이 ‘사회적 인식’(29.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나왔다. 또 신혼부부가 생각한 3인 가구(아이 포함)의 적정 주택 규모는 분양시장에서 알파룸(서비스 면적) 적용시 방을 4개까지 만들 수 있는 전용 75㎡형(공급면적 99.6㎡·옛 30평)이었다. 부부 둘만 살 때도 전용 70㎡형(공급면적 96.2㎡)을 원해 국토부가 공급하겠다는 전용 36㎡형과는 곱절이나 차이가 났다. 국토부는 약 5000명이 넘는 신혼부부를 열심히 조사해 놓고도 실제 정책에는 전혀 반영을 안한 셈이다.

저출산 대책 발표 직후 기자는 국토부 관계자에게 “신혼 때 단칸방에서 아이를 키워봤느냐”고 물어봤다. 이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단칸방에서 애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전용 36㎡형은 신혼부부가 살기엔 충분한 면적”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국토부가 직접 조사하고 발표한 자료에서 신혼부부는 분명히 응답했다. “단칸방은 싫다”.

△국토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지난해 기준 신혼부부 주거실태 조사 결과. 신혼부부는 현재 합계출산율(1.2명 수준)보다 높은 1.83명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신혼부부용 행복주택 규모를 방 1개 짜리인 전용 36㎡형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료=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