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X파일]①삼성·LG 2强 넘는 외산가전 생존법
by오희나 기자
2015.06.26 05:30:00
강남 휩쓴 유럽산 백색가전.. 소형차 한대값 오픈도 잘팔려
4000만원 빌트인 냉장고 925만원 커피메이커 ''불티''
밀레·가게나우·지멘스 등 국내 VVIP 공략 나서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콤비오븐 한 대에 중소형차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팔아요.”
유럽 100년 전통 외산가전업체들이 상위 1% VVIP를 위한 명품가전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럽 현지에서도 가장 가격이 높은 초고가 라인을 들여오면서 프리미엄을 넘어 프리스티지 라인으로 강남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은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메카로 불리며 외산 가전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이들이 살아남을수 있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전통 가전 밀레의 제품 판매 매출 50% 이상이 강남권 백화점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말 선보인 프리스티지 라인 ‘제너레이션 6000’ 시리즈는 콤비오븐이 700만~1500만원, 커피메이커 925만원, 냉장고 828만원, 와인냉장고 700만원 가량으로 고가로 책정돼 있지만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다.
프리스티지 라인은 밀레의 제품중에서도 상징적인 라인이다. 워낙 가격이 높은 탓에 국내에서는 주문자생산방식으로 판매하는데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잘 팔렸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웰빙과 건강이슈가 민감해지면서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밀레 관계자는 “최근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이 이슈화되면서 의류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등 관련 제품들의 올해 5월까지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40%, 60%가량 늘어났다”며 “가격이 200만원대 중반으로 고가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재구매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인 가게나우도 지난 3월 국내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가게나우는 전 세계 1% VVIP들을 위한 최고급 빌트인 생활가전이다. 냉장고·냉동고가 4000만원대, 인덕션이 1000만원대, 콤비오븐이 900만원대 등 가격대가 높지만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날개달린 듯 팔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게나우 관계자는 “주로 강남지역 아파트나 고급빌라를 중심으로 설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들어 해외출장 등을 통해 가게나우를 접한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시장 공략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지멘스도 주력 제품인 인덕션이 최근 전기레인지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대가 300만원대 중반부터 400만원대 후반까지 비교적 높지만 특히 강남 지역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지멘스 관계자는 “강남 지역의 경우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에 지멘스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인덕션 제품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이 곳에서의 인덕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청소기 시장의 강자인 일렉트로룩스도 대치동과 압구정동 지역의 판매율이 가장 높고 한대에 139만원인 다이슨의 초고가 청소기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가전 트렌드가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면서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다보니 유럽 전통 가전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가져가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다보니 외산 제품들에 대한 가격 부담을 덜 느끼게 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특히 부유층을 타깃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산업체들이 최근들어 상위 1%를 위한 프레스티지 라인을 잇따라 들여오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소비자들이 외국산 가전 제품에 갖는 편견중 하나가 해외에서 잘 안팔리는 제품을 들여온다는 건데 과거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중에서도 보급형 제품을 선호하다보니 팔릴 상품 위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들어 프리미엄 가전들의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초고가 프리스티지 라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