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재호 기자
2015.06.19 01:00:00
엘리엇, 27쪽 분량 합병반대 자료 발표
근거 제시 충분히 않아 해프닝 그칠 듯
[이데일리 이재호 오희나 기자]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18일 합병 반대 근거를 나열한 자료를 공개하는 ‘깜짝쇼’를 펼쳤다.
삼성과의 소송전을 앞두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료에 담긴 내용들이 기존 주장의 재탕에 불과한데다 법적 근거도 약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은 이날 오전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견해’라는 제목을 단 27쪽 분량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엘리엇이 제시한 합병 반대의 근거는 △합병비율 부당 △삼성물산 주가 찍어 누르기 △제일모직 가치 과대평가 △불합리한 자사주 매각 △신규 순환출자 발생 등 크게 5가지다. 우선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 왔던 합병비율 산정의 부당함을 또 다시 주장했다.
삼성은 지난달 26일 합병을 발표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산정했다. 엘리엇은 두 회사의 장부가 합계 18조2000억원 중 삼성물산이 74%를 차지하는데 합병비율이 0.35에 불과한 것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양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상장법인은 합병비율을 시가로 산정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며 “이 부분은 아주 명백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법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법대로 산정된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삼성이 합병 추진을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엘리엇의 주장도 현재 건설업계 업황을 감안하면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물산·현대건설(000720)·대우건설(047040)·GS건설(006360)·대림산업(000210) 등 5대 건설사의 올해 5월까지 누적 수주 건수는 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지분 등의 자산을 제외하고 계산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06으로 0.6~0.9 수준인 경쟁사의 PBR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지만, 주요 자산을 빼고 PBR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물산과 달리 합병 상대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문제 제기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합병 발표 직후인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증권사는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20만~28만원 수준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현재 제일모직 주가가 17만1500원(18일 기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합병 이후 발생할 시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