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 표류]③총대 메기 부담스런 정부와 여야
by김정남 기자
2015.06.12 05:30:19
작년 말 정부 ''사학연금 개혁'' 입장 뒤집은 후 변화없어
세차례 개혁때 두 법 동시개정…정부 안일한 인식 비판
부담감은 정치권 더해…국회 "현재 법 개정 검토 안해"
| 교직원(교원·직원)과 연금 수급자 등 사학연금 연도별 가입자 현황. 단위=명. 출처=사학연금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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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지난해 12월23일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 이날 회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험악했다. 정부가 전날 공무원연금법 개정 이후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잇따라 개혁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던 게 발단이었다. 표심(票心)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김재원 의원은 “힘들고 어렵게 공무원연금 협상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숙고하지 못한 얘기가 밖으로 나오느냐”면서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골병 들 지경”이라고 흥분했다. 새누리당 내에는 사학연금 대상자 33만여명을 의식한듯 “표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는 화들짝 놀랐다. 이후 곧바로 “정부의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바로 전날 공식발표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같은 기조는 올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때도 변함이 없었다. 추후 사학연금 준용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이 특위 내에서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이 단 한가지 목표였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는 여의도 정가에 ‘연금’이란 말이 사라졌다.
사학연금법을 공무원연금법과 동시에 고치지 못한 여파가 서서히 닥칠 분위기다. 지난 1975년 이후 40년간 이어진 일선 교직원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사학연금법 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상위법 격인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간 균형도 각각 맞춰진 상황에서 그 아래 연금 관련법간 형평성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개정 작업을 주도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사학연금을 담당하는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의 한 관계자는 “사학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 후 검토하겠다고 대통령도 말했다”면서 “저희들은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마무리를 법의 공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전 세차례 개혁 당시 모두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과 동시에 개정됐고, 개정 절차만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적인 연금 개혁이 부담스러운 것은 정치권이 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권 전반에서 주도했지만, 사학연금 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표가 무서운 것은 야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학연금법 개정은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역시 사학연금 개정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학연금법 개정 논의는 안되고 있다”고 했다. 교문위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은 “개정이 꼭 필요하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고 했고, 새누리당 한 당직자도 “당의 방향이 아직 잡혀있지 않다”고 했다.
사학연금법 개정은 시간이 갈수록 난관이 많아진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해관계가 첨예한 연금을 개혁하는 것 자체가 정치인 입장에서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사학연금법의 순차 개정 의지를 보여야 정부와 정치권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학연금에 밝은 한 인사는 “정부는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정치권은 표심이 무서워서 사학연금을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