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조승우 파괴력…'쓰릴미' 소극장 소통력
by김미경 기자
2015.01.19 06:43:10
''스테디셀러'' 이유있는 흥행비결
- ''지캘 앤 하이드''…톱스타+''지금 이 순간''의 힘
- ''난타''…비언어극에 한국적 요소 살려
- ''쓰릴미''…배우 관객 가까워 몰입도 ''업''
| 시류를 타지 않고 오래도록 공연계를 이끌어온 스테디셀러.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인극 뮤지컬 ‘쓰릴 미’와 조승우로 다시 컴백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한국 최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사진=뮤지컬해븐, 오디뮤지컬컴퍼니, PMC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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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어느날 느닷없이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자되는 공연은 따로 있다. 작품을 알아본 될성싶은 배우들이 거쳐가면서 ‘스타 산실’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올해 각각 10년, 8년째 무대를 꾸려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쓰릴미’는 귀에 꽂히는 강렬한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로 매해 관객몰이 중이다. ‘난타’는 무려 18년간 10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블록버스터급 흥행작이 됐다. 10년간 흥행, 관객 수 1000만명 돌파 등 시류를 타지 않고 공연계를 오래도록 이끌어온 공연계의 ‘스테디셀러’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넘버 흥행 0순위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흥행에 일조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오른쪽)가 열연 중이다(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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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 만 하면 돌아온다. 정작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4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국내서는 10년째 롱런 중이다. 2004년 국내 초연한 ‘지킬 앤 하이드’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0년 동안 941회 공연에 관객 101만명을 동원했다. 흥행비결은 남자 주인공의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인 지킬이 아버지의 정신병을 고치기 위해 정신을 분리하는 화학실험을 강행하면서 선과 악으로 분열되는 인간의 이중성을 다뤘다. 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흡인력 강한 스토리와 서정적 음악도 주무기로 꼽힌다. 특히 넘버 ‘지금 이 순간’은 남자배우들이 무대 밖 어디서든 한번쯤 불렀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
지혜원 뮤지컬평론가는 “착한 지킬과 사악한 하이드를 동시에 소화하는 남자배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작품인 만큼 여성 관객층이 많은 국내 공연시장에서 흥행이 유리한 작품”이라며 “2000년대 공연 부흥기 초연된 것도 롱런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그간 지킬 역에는 류정한, 서범석, 홍광호, 박은태 등 내로라하는 인기배우들이 차례로 거쳐갔다. 하지만 조승우의 파괴력은 단연 최고다. 지 평론가는 “작품 자체의 스토리와 조승우라는 배우의 만남, 한국 정서에 맞는 노래 등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다”며 “‘지킬 앤 하이드’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4월5일까지. 1588-5212.
◇‘난타’ 언어장벽 없는 비언어극 세계 주목
|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한 장면(사진=PMC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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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었다. 때문에 한국 전통 사물놀이 리듬과 국내 최초 비언어극이라는 요소를 끌어왔다. 사실상 ‘최초’가 무기가 된 셈이다. 1997년 10월 초연 뒤 2008년 400만명, 2012년 800만명, 지난해 1000만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18년째 장기 공연인데도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강점은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요소를 잘 버무린 데 있다는 게 공연계의 전언이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언어장벽이 없는 비언어극인 데다 주방과 요리사 등으로 보편성을 갖추고 사물놀이 장단과 마당극 형식을 차용해 지루함이 없다는 강점”이라며 “영국 ‘스톰프’, 미국 ‘튜브’ 같은 비언어극의 장점을 최대한 수용, 우리식으로 잘 소화한 좋은 선례”라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난타는 51개국 289개 도시에서 총 3만 1290회 공연했다. 미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남미까지 안 간 곳이 없다. 오는 29일 1000만 관객 돌파 기념 공연이 열린다. 서울 충정로 난타 전용극장서 오픈런. 02-739-8288.
◇쓰릴미, 관객-배우 케미+원작 탄탄한 스토리
‘쓰릴미’는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배우들의 표정과 목소리 등을 십분 살린 소극장 뮤지컬의 묘미가 가장 큰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탄탄한 스토리가 바탕이 돼 2인극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 현재 공연 중인 ‘쓰릴미’의 출연자 모습(사진=뮤지컬해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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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던 어린이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명문 로스쿨 입학을 앞둘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진 ‘나’와 ‘그’는 12세 소년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다. 이들이 죄를 저지르는 과정과 잡힌 이유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밀도있게 그려진다. 지 평론가는 “남자배우 2명이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한 추리소설을 한 장씩을 넘기듯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이라며 “배우와 관객 ‘케미’가 좋고, 소극장이어서 티켓가격 부담도 덜해 이른바 ‘회전문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그간 ‘쓰릴미’를 거친 배우들도 유명세를 끌면서 스타산실의 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류정한,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강필석, 김재범 등이 출연했다.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3월 2일까지. 070-4648-7523.
| 2인극 뮤지컬 ‘쓰릴미’의 한 장면(사진=뮤지컬해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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