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경기부양책에 "총론은 `공감` 각론은 `불만`"

by정영효 기자
2008.01.19 13:23:16

민주당, "초당적 협력할 것".."저소득층 혜택없는 것은 문제"
시장 "너무 미미하고 너무 늦었다"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기후퇴(recssion)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 이후 미 의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견조하지만 경기하강(downturn)의 위험도 있다"며 개인의 세금환급과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금감면을 포함하는 경기부양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美 정부, 1500억달러 경기부양 나선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번 조치는 조속하고(quick), 일시적(temporary)이어야 한다"고 말해 미 의회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의회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미 의회가 초당적인 협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 내에서 경제 및 금융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찰스 슈머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장(민주당)과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민주당)도 각각 "양당이 협력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행정부에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공화당이 경기부양책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부시 대통령의 세금감면법안 연장안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력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시 대통령의 세금감면법안 연장안은 그간 양당의 협력을 가로막아왔던 장애물이었다.

FT는 특히 미 행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세부안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구체적인 방안을 의회와 협의하겠다는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는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은 1인당 800달러의 개인소득세를 환급해 줄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방안이 임금 소득자들에게만 혜택을 줄 뿐 개인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는 저소득층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조치라고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개인소득세 환급을 통해 고소득층의 소비 증대를 유도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바니 프랭크 위원장은 "빌 게이츠가 환급받은 800달러를 소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개인소득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스 슈머 위원장도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제안한) 소비진작책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슈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저소득층을 상대로 실업 관련 혜택을 강화하고 푸드스탬프(저소득층 가구에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해 주는 프로그램)를 지급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이날 라스베가스에서 "이번 대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시장의 반응도 여전히 냉랭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가 될 것이라는 부양 규모가 경기후퇴를 막기에는 작은 수준 인데다 근본 원인인 주택시장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D.A.데이비슨 앤 컴퍼니의 매리 앤 헐리 채권 거래 부문 부회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GDP의 1%는 매우 작은 규모"라며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으로 미루어 볼 때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너무 미미하고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포트 피트 캐피탈 그룹의 킴 커기는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며 "기관투자자들은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한계를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의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간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4거래일 연속 약세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