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 파탄' 비난하더니 추경 '둑' 허물자...민주, 앞뒤 맞나

by논설 위원
2024.07.03 05:00:00

안도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이 취약 계층 생계 안정을 위해 나랏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 대량실업 △남북관계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한 조문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총선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법을 손질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은 정부가 지원금을 반대하자 지급을 의무화하는 ‘처분적 법률’을 22대 개원 직후 발의하겠다며 정부를 압박, 위헌 소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취지와 시기, 여건 등에서 모두 상식을 벗어나 있다. 세수 감소로 나라 살림은 비상인데 민생지원금이란 이름의 퍼주기를 위해 추경 요건을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우선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세수 결손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감세로 세수 기반을 허물고 있다”면서 “재정파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불과 10여 일 전이다. 정부의 감세 정책은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퍼주기에 매달리니 이런 모순이 더 없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정치 포퓰리즘이다.



올해 5월까지 국세는 전년보다 9조 1000억원 적게 걷혔다.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기업 실적이 부진한 탓에 법인세가 급감한 것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작년의 56조 4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다. 고령화·저출산 대응 등 나랏돈 써야 할 곳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반해 곳간은 큰 구멍이 뚫린 바람에 빚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17년 660조원에 그쳤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말 1196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민주당 집권의 문재인 정부 시절 11차례, 151조원의 추경을 편성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안도걸 의원은 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내 누구보다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인물이다. 당론이 퍼주기를 고집한다 해도 나라 곳간 사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정치를 펴주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