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개월 만에 해외 러브콜…“입찰 기업 성장 도와요”

by김경은 기자
2024.01.29 06:00:00

[오픈AI 파트너]③ 조준호 클라이원트 대표 인터뷰
입찰 기업 나라장터서 공고 찾기 어려워
검색 한 번에 RFP 분석 끝…“비용 절감”
창업과 동시에 투자 유치·협업제안 잇따라
국내 196조 시장 정조준…미국 진출도 모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예비 창업 단계에서 시드 투자를 확정받고 창업과 동시에 기업가치를 2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창업한 지 3개월이 됐을 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눈에 들었고 싱가포르에서도 협업 러브콜을 받았다. 아직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전에 스타트업 ‘클라이원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클라이원트는 지난해 9월 설립해 입찰 분석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발주하는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한 솔루션이다. 낙후된 입찰 환경을 데이터와 기술로 혁신한다는 게 조준호 대표의 포부다.

(사진=김경은 기자·그래픽=문승용 기자)
2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입찰 기업으로 일하며 느낀 회의감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14년간 시스템통합(SI) 기업에서 근무하던 그는 백화점에 들어가는 안내 키오스크를 제작·설치해 왔다. 사업이 잘 돼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진출했지만 백화점 입찰이 나오지 않으면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꼈다.

조 대표는 “SI 사업 특성상 특정 기관이나 기업을 위해 맞춤 개발하고 프로젝트성 매출에 의존하다 보니 성장하기 힘들다”며 “몇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입찰 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가 회사의 비전을 ‘입찰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로 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선순위는 입찰 공고를 찾기 쉽게 만드는 것이었다. 현재 나라장터에 올라오는 공고는 제안요청서(RFP)가 파편화돼 있어 기업들이 원하는 공고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장터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면 제목에 해당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공고만 확인 가능하며 입찰 자격 등 세부 내용은 첨부파일을 다운 받아야만 확인 가능하다.

조 대표는 “나라장터에서는 1년에 44만건의 공고가 올라오는데 입찰 기업들은 RFP만 44만건, 그 안에 첨부파일까지 100만건이 넘는 한글문서를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찰 기업은 원하는 공고를 찾기 위해 하루에 2시간 이상 들인다고 한다”며 “클라이원트를 이용하면 검색 한 번으로 RFP 분석이 끝난다”고 자신했다.



클라이원트에선 키워드 입력 시 인공지능(AI)이 이에 걸맞은 수만 개의 입찰공고를 3초 만에 정리해 보여준다. 입찰공고에 올라온 첨부파일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입찰 요구 인증서 등 입찰 자격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인증서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과 업무협약을 통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를 제시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RFP뿐 아니라 수요기관, 경쟁사, 파트너사를 전부 분석해준다”며 “입찰 관련 일을 전부 대신하기 때문에 한 명의 인건비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인들은 입찰 경쟁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공고가 나온 걸 알지 못해 놓치는 게 더 화가 난다더라”며 “키워드, 업종 등을 입력해두면 맞춤 공고가 떴을 때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이원트는 지난해 12월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8개 업체가 이용 중이다. 아직 정식 서비스 출시 전이지만 국내 대기업은 물론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클라이원트에 사업 제안을 보내고 있다.

국내 공공입찰 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196조원, 싱가포르는 80조원에 달하는 만큼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클라이원트는 총 900조원 규모의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오는 3월 미국 오픈AI 본사 방문이 첫 기회다. 클라이원트는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오픈AI 협력 프로그램에 선발됐으며 오는 3월 미국 오픈AI 본사에서 열리는 최종 선발전을 통해 오픈AI와 협업 및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RFP를 분석할 때 챗GPT를 활용 중인데 오픈AI와 협업한다면 사업 모델을 한 단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공조달 시장을 바꿀 수 있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