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노희준 기자
2023.10.19 05:45:00
[파산공화국]②경기둔화→매출감소→이자급등→금융비용 압박
도산전문 변호사들 "코로나 가려진 부실 본격화"
한계기업 늘지만 기업 처리 구조조정 수단 미흡
회생·워크아웃, 중기에 안맞고 실제 적용도 어려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파산신청이 연일 늘어나는 데에는 복합위기 속에 최근 높아지는 금리가 가장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도산법 전문가 전대규 변호사는 “파산이나 회생 상담을 해오는 이들이 대부분이 금리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한다”며 “기본적으로 회생은 사업성이 있어야 가능한데 금리가 오르다보니 한계에 부딪히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전력 IT부품을 생산하는 기하던 김 모(68) 대표도 마찬가지다. 매출 감소도 파산신청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었지만 코로나19 당시 이용하던 저금리 기조가 끝나면서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대표는 “2%대 중반의 금리로 이용하던 운전자금의 대출금리가 최근 6% 후반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회생은 구조조정을 거쳤을 때 기업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한다. 현재는 영업을 해도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증가해 회생조차 밟지 못하고 파산으로 직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금리상 8월 기업대출 금리는 5.21%다. 최근 3개월간 다소 금리가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시기 유동성이 폭발하던 2020년(2.80%)에 비하면 2.4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2.64%에서 5.17%로 2.53%포인트나 더 높아진 상태다.
기업 성장과 수익성이 나빠지자 이자부담은 치명타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2962개의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3% 줄어 2020년 4분기(-1.0%)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감소폭은 2020년 2분기(-10.1%)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조사 대상 기업의 2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3.6%)도 작년 2분기(7.1%) 절반 수준이다.
기업 회생 대신 파산 신청이 늘어나는 것은 긴축에 따른 유동성 위축으로 인수합병에 투자할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 대학가를 중심으로 공유주택 사업을 운영하다 지난 3월 파산을 신청한 이 모(35)대표가 대표적이다.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는 50곳으로 지점을 확장했다. 당시 1등 업체가 지점 100개를 운영하던 때라 사업은 잘 되는 편이었다.
코로나19 발생하고 주요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 대표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안 다니니 운영하던 지점폐쇄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좋은 사업을 만들어 보다 훌륭히 운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매각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파산신청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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