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까지 퍼진 ‘전세포비아’…“돈 못 받을까 무서워요”
by김형환 기자
2023.05.04 06:00:00
전세사기, 인천 등 대학가서도 발생
대학생들, 전세→월세 전환 등 문의
온라인 중심으로 부정확한 정보 퍼져
전문가 “대학생 대상 예방교육 필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진지하게 월세로 전환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인천 연수구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이모(21)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렵게 전세를 구했지만 최근 전세사기 피해사례를 빈번하게 접하면서 자신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이씨는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 당장 월세 부담이 생기는 만큼 부모님과 상의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세사기가 속출하면서 대학가에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대학가 원룸촌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월세 부담을 감수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지난달 12일 서울 중앙대 인근 흑석동 주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전단.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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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학가 곳곳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부터 지난달까지 인천 인하대 용현캠퍼스 인근 원룸형 빌라 5개동이 임의경매로 넘어갔다. 피해자는 대학생 등 35명으로 피해액은 가구당 전세 보증금 4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최근 전북 전주의 한 대학가 원룸형 빌라에서도 전세사기가 발생해 대학생 등 21명이 총 6억원 가량의 전세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전세로 집을 구한 대학생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원룸형 빌라에 거주 중인 박모(23)씨는 “워낙 전세사기에 따른 극단 선택 보도가 많이 나오고 해서 고민”이라며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주신 전세금을 날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한 대학가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김모(67)씨는 “전세사기 관련 뉴스가 나오고 나서 하루에 2~3통씩 자기가 낸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온다”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연수구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이모(21)씨는 “혹시나 하는 걱정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월세로 매달 3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게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전세보증금) 수천만원을 잃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피켓을 들고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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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전세사기 피해는 대부분은 부동산 지식이 부족한 2030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부터 4월 21일까지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내담자 928명 중 20대는 201명(21.7%), 30대는 369명(39.8%)으로 2030세대가 61.4%를 차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사건이 속출하자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전세사기 예방법’ 을 찾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 문제는 관련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관련 정보 중 “모든 전세가 가입할 수 있다”는 인터넷 게시글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원룸형 빌라의 경우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이 많기에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 서울 동대문구의 원룸에 거주하는 전모(22)씨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보증보험이 있다는 점을 보고 가입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원룸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등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부동산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많은 이들이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소비자 보호라는 차원에서라도 사회초년생 대상 전문 상담·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