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국]드라마 D.P에 한국은 왜 열광하는가

by김무연 기자
2021.09.20 09:00:00

D.P, 방영 시작 후 넷플릭스 1위…해외에서도 인기
군대 부조리 적나라하게 드러내 대중의 관심 이끌어
해군 중사 극단 선택 등으로 군대 부조리 사회적 이슈
징병제 폐지만으론 근본적인 변화 이끌어내기 어려워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너 거지냐? 아니면… 거지새끼야?”

힘겨운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미화되지 않는 기억이 있죠. 바로 군대 시절입니다. 계급과 통제로 운영되는 군대에서는 저런 모욕적인 언사에도 언짢은 표정을 짓기 어렵습니다.

최근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D.P’입니다. D.P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DP)의 이야기로, 탈영병들에 얽힌 개개인의 사연을 담아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에 등장하는 악덕 고참 황장수(사진=넷플릭스)
다만, D.P가 주목받은 것은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바로 군 내부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반응을 살펴보면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남성은 과거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군대의 문화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D.P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징병제를 시행하는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D.P가 주간 드라마 순위 10위 안에 등극했다. 한류 아이돌의 팬들은 D.P를 보면서 자신들의 우상이 곧 입대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한국을 넘어 해외 팬들까지 들썩이자 외신도 D.P 열풍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드라마 D.P의 내용과 인기 이유를 분석했는데요. 로이터는 D.P를 소개하기에 앞서 한국이 수십 년간 북한과의 긴장 속에서도 55만 명의 현역 군인과 270만 명의 예비군을 유지하고 있으며, 모든 남자는 군대에 따라 최대 21개월 동안 복무해야 하는 현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로이터는 D.P가 지속적으로 군대 부조리 문제가 불거지고 청년들이 경제 활동과 학업에 쏟을 시간을 군 복무에 빼앗긴다는 분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방영을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군대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커지면서 D.P에 시선이 쏠렸단 분석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해군 여자 중사가 상사의 성추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전국민의 분노를 산 적이 있습니다. 군인들에게 부실한 급식이 배급되는 것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D.P에서 묘사된 내용과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내부적인 부조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D.P의 인기에 국방부는 당황한 모양새입니다. 국방부는 D.P의 인기에 “병영 환경이 달라졌다”라며 “국방부가 학대와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다만, 국방부의 발언과는 달리 해군 일병이 병영 내 집단 따돌림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국방부의 말처럼 병영 환경이 많이 변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병의 휴대전화 사용입니다. 국방부는 2019년 사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휴대전화로 바깥의 가족과 지인과 수시로 대화하고 취미 생활도 즐길 수 있다보니 부조리가 완화됐다는 설명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탈영 건수는 55건으로 전년 78건 대비 30%, 같은 기간 자살 건수는 27건에서 15건으로 44% 감소했습니다.

다만, 군대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여전합니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은 D.P를 본 소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남기며 군대 문화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군대 부조리를 겨냥해 “청년들 절망시키는 야만의 역사부터 끝내는 것이 MZ(세대)정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나라를 지키러 간 젊은이들이 부조리를 당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라며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전문가들은 징병제 폐지가 병영 문화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징병제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군대가 남아있는한 군대 부조리 문제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군대 문화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징병제 폐지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