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1.08.21 08:07:13
뇌하수체, 신체 내 호르몬 분비·조절 기능… ‘내분비계 중추’로 불려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 상태 따라 불임·저신장 등 다양한 증상 발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내분비질환 하면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 못지않게 흔하게 발생하는 내분비질환이 있다. 바로 뇌하수체 질환이다.
뇌하수체는 이름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고 조절하는 내분비기관이다. 코 뒤쪽 바로 위 뇌의 중앙 부위에 위치하고 직경은 1.0㎝ 정도다. 뇌하수체(腦下垂體)의 수(垂)는 ‘드리우다’라는 뜻으로 신경계와 내분비계(뇌하수체)를 연결하는 시상하부 아래 매달려 있는 뇌하수체의 모양을 의미한다. ‘골밑샘’으로도 불린다.
문성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뇌하수체는 ‘내분비계 중추’ 또는 ‘마스터 샘(Master gland)’으로 불릴 만큼 우리 몸에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고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뇌하수체 호르몬이 너무 적거나 많으면 우리 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 상태 따라 다양한 증상 발현
뇌하수체는 전엽(샘뇌하수체)과 중간엽, 후엽(신경뇌하수체)으로 이뤄진다. 전엽에서는 유즙분비 호르몬, 성장호르몬,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생식샘자극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등 5개 호르몬이 분비된다. 후엽에서는 항이뇨호르몬과 옥시토신 등 2개의 호르몬이 나온다. 중간엽은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인간에서는 퇴화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뇌하수체 질환은 종양으로 인한 질환이 대부분이다. 뇌하수체 질환을 흔히 뇌하수체 종양으로 부르는 이유다. 종양의 발생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유전자 결함에 의한 유전성 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상은 크게 비기능성 종양에 의한 증상과 호르몬 과다분비에 의한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비기능성 종양의 경우 덩어리가 커지면서 주변의 혈관, 신경, 조직을 압박해 생기는 두통, 시야장애, 안면 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뇌하수체 호르몬 중 1개 혹은 그 이상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무기력이나 창백, 저신장, 근육감소, 불임이나 발기부전, 체모나 음모의 소실, 구토, 저혈압, 저혈당, 빈혈 등 다양한 기능 저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기능성 종양이 있는 경우에는 5가지 호르몬이 과분비돼 생기는 증상, 즉 유즙분비종이 있는 경우에는 젖흐름증, 불임,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고, 성장호르몬이 과분비되는 경우에는 말단비대증으로 이마가 돌출되거나 거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코티솔이 과분비 되면 낙타등, 피부자색선조, 쉽게 멍이 드는 등의 쿠싱증후군을 보이며, 드물게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는 종양의 경우에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증상이 나타난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성선자극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성조숙증을 보이기도 한다.
◇뇌하수체 질환 의심되면 종양 유무 확인
뇌하수체 질환이 의심될 경우 뇌하수체 종양 유무를 먼저 검사한다. 뇌하수체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혈액검사가 있다. MRI는 뇌와 뇌하수체 주변의 구조를 세부적으로 검사해 종양의 정확한 크기와 범위를 확인한다. 혈액검사는 종양에 의해 과다하게 분비되는 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복합뇌하수체기능검사를 통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호르몬 분비에 부족이 있는지 진단하고 부족한 호르몬이 발견되면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일차성 뇌종양 중 3번째로 발생 빈도가 높은 종양이다. 그중에서도 유즙분비호르몬종이 가장 흔한 편이다. 여성에서는 무월경, 유즙분비증가, 성욕감퇴, 불임 등이 나타나고 남성은 여성형 유방, 성욕감퇴, 불임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공통적으로 고혈압이나 고혈당,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확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말단비대증이나 쿠싱병은 초기에 진단하면 수술로 완치되는 확률이 80%에 이르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 완전히 치료되는 경우는 드물고 수술 후 재발률도 높은 편이다. 유즙분비선종은 약물로 일정 기간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간혹 장기간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유즙분비선종이 있는 경우에도 종양이 커서 출혈이나 시야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수술로 제거하기도 하는데, 이때 종양을 제거하면 대부분에서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이 발생하게 돼 평생 호르몬 보충치료를 해야 한다.
문성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뇌하수체 수술 시 개두술을 하게 되면 뇌실질을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코로 접근하는 방법보다 여러모로 불리하다”며 “만일 뇌하수체 종양이 3~4㎝ 이상이면서 터키안장 위쪽을 많이 침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코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흉터도 적을 뿐 아니라 합병증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 접근하는 수술법을 ‘접형동 경유 뇌하수체 절제술’이라고 하는데, 이 수술은 코의 아랫부분을 절개해 주변의 뇌를 건드리지 않고 최단 거리로 뇌하수체에 도달해 종양을 제거한다.
◇수술 후 관리 중요… 최고 예방법은 역시 조기 진단
뇌하수체 질환으로 수술을 한 경우 남아 있는 호르몬 분비의 용량을 알아보기 위해 복합뇌하수체기능검사를 받아야 하고, 수술 후 뇌하수체 MRI 검사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또 정기적으로 내분비내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고,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재발이나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의 악화를 조기에 진단받을 필요가 있다.
특별한 운동이나 생활의 제약은 없지만 약물 처방을 받은 경우 임의로 약물을 끊게 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문성대 교수는 “뇌하수체 질환에 있어 최고의 예방법은 조기 진단에 있다”면서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 두통, 시야장애, 무기력 등이 있고, 남성은 2차 성징이 늦어지거나 여성형유방이 발견될 경우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