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①서비스센터 안가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미래車 필수된 'OTA'
by송승현 기자
2021.08.20 06:00:00
車, 이동 가능한 전자기기로 변모 중‥무선 업데이트 필수
테슬라 OTA 기술 이용 속도‥FSD 구독서비스도 출범
국내, 규제에 막혀 OTA 탑재 불가‥규제 샌드박스로 `안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휴대전화를 열면 때때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업데이트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휴대전화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모바일(Mobile)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지난 2016년 휴대전화 발화(發火) 사건 당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최대 충전량을 강제 제한하도록 해 화재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능은 전자 제어 장치 무선 업데이트(Over The Air, OTA)라고 불립니다. OTA기술 탑재로 자동차 역시 더이상 서비스센터에 입고하지 않아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 시대가 눈앞에 다가올 전망입니다.
| 현대차그룹 일부 차종에는 OTA 기술이 탑재된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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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A는 전자기기를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기술입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의 최신 버전이 나올 때마다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원리입니다.
OTA기술은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적용되면서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제 막 발걸음을 떼는 단계입니다. 운전자가 지금도 내비게이션 등 기능을 탑재한 차량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정비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운전자가 이동식 디스크(USB) 또는 시큐어 디지털(SD)카드에 최신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차에 꽂는 방식으로 직접 업데이트 해야 합니다.
이제는 자동차업계에서도 더이상 OTA를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 화두 중 하나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이기 때문이죠. 커넥티드 카란 다른 차량이나 교통·통신 기반 시설과 무선으로 연결해 △위험 경고 △실시간 내비게이션 △원격 차량 제어 및 관리 서비스 △이메일·멀티미디어 검색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다른 차량과 상호작용하거나 거대한 전자기기로 변모하는 것이지요. 자동차에 각종 전자기기를 탑재하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만큼 원활한 사용과 보안을 위해서는 업데이트가 필수입니다. 만일 OTA가 없다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자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겁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미래 자동차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OTA 개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지요.
OTA시장 전망은 밝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OTA기술 탑재 차량은 지난 2015년 120만대에서 2022년 32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OTA기술 적용이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IHS마킷은 OTA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자동차 제조사가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기술 초기였던 2015년 27억달러(약 3조 900억원)에서 고도화 진입 시 350억달러(약 40조 1600억원)로 1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OTA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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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A기술 발전이 자동차업계에 불러올 미래를 알고 싶다면 가깝게는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동향을 보면 됩니다. 테슬라는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소프트웨어부터 펌웨어까지 OTA기술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테슬라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라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센터패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터치해 업데이트 메뉴를 클릭하면 해결됩니다.
더 나아가 테슬라는 OTA기술을 통해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전환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는 FSD를 이용하기 위해 자동차 구입 전후로 약 1만달러(약 1175만원)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FSD 기능을 월 단위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FSD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은 OTA기술을 통해 FSD 관련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및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물론 현대자동차(005380)도 OTA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내놓고 있지만,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 현대차는 조만간 OTA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예정하는 제네시스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JW(GV60)가 첫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OTA기술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에만 적용했지만,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를 시작으로 출시하는 신차에 본격적인 OTA 기술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OTA를 일부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입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지난 1월 출시한 머스탱 마하-E 모델에 OTA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일본 토요타와 닛산은 연내 OTA 기능을 장착한 렉서스LS와 아리아를 각각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제네럴모터스(GM)는 2023년까지 모든 차종에 OTA기술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로 대표되는 다임러그룹도 2024년께 모든 차종에 OTA기술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 대한상의는 자동차 업계의 OTA 기술 도입을 위해 업계를 대신해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7일 ‘제5차 미래산업포럼’을 통해 OTA 기술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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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OTA기술이 장밋빛 미래만을 예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해외와 달리 OTA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한국 규제로 인해 완전한 OTA 탑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동차관리법 제66조가 자동차정비업자가 등록된 사업장이 아닌 장소에서 차량을 점검·정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기술 관련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정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비소에 가지 않아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OTA의 장점을 법이 막아선 형국이죠. 물론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주도로 OTA기술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임시 승인을 받아 활용 가능하게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관련 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OTA기술 활용범위는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FSD 구독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무선 업데이트에 반드시 뒤따르는 해킹 방지 여부입니다. 무선의 경우 유선과 달리 24시간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죠. 자동차업계에서는 OTA기술 발전을 위해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