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네거티브…정책 경쟁 실종된 4·7 재보선

by김겨레 기자
2021.03.15 06:00:00

왼쪽부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가 4·7 재보궐선거를 뒤덮자 정치권의 고질병인 네거티브 공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켕기는 것 있냐’는 편가르기식 네거티브로 정책 경쟁은 실종 수준이다.

‘LH특검’을 제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야당을 향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힐난했다. 박 후보는 세월호 사건·MB 정부 때 민간인 사찰·BBK 수사를 모두 거론하며 ‘증거 인멸, 거짓 수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성별을 방패 삼아 감성팔이를 한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당 내 경선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선거 초반 ‘반짝’했던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 박 후보는 21분 컴팩트 도시를, 오 후보는 시정 경험을 통한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이제 각 후보들의 대표 공약은 거친 언사 뒤로 사라져버렸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부동산 정책 조차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외에는 남은 것이 없다. ‘LH 투기’ 하나로 선거를 치르려는 벼락치기 행태다.

네거티브 선거는 누가 이기더라도 후유증을 남긴다. 4·7 재보선이 1년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 정국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선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흑색선전으로 이기는 쪽은 불안한 승리이지만, 정책 경쟁을 하다 진 쪽은 후유증이 적은 패배가 될 수도 있다.

국회 국민통합위원회가 전문가 1800여명에게 물은 결과 88%의 응답자가 한국 사회의 분열이 심각한 상태이며, 그 원인은 정치라고 답했다. 적어도 4·7 재보선 여야 후보들은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