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뒤늦은 아파트 처분..참여정부 트라우마에 ‘위태위태’

by김영환 기자
2020.07.09 00:00:00

노영민, 서울 반포 아파트 매도 나서..여론은 여전히 싸늘
여권 내에서도 노영민 비판 목소리..이낙연도 매각 압박
靑국민청원에도 부동산 관련 청원 다수..참여정부 전철 우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청와대가 부동산정책 실패 논란으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서울 반포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 아파트를 급처분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결국 반포 아파트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 여론 반전에 애를 먹고 있다. 참여정부 임기 막바지 부동산 문제로 국정동력 창출에 애를 먹었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노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하겠다”고 주택 매각 계획을 밝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미 매각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잡음이 발생하면서 여론을 반전시키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노 실장은 보유한 주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반포 아파트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50분만에 청주 아파트로 정정해 빈축을 샀다. ‘똘똘한 한채’ 논란 속에 결국 가지고 있는 집을 모두 팔기로 하면서 정치적 결단보다는 등떠밀려 주택을 매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더욱이 노 실장을 향하는 비판이 비단 야권이 아닌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것은 강력한 경고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는 한 방송에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합당한 처신과 합당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노 실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강남 아파트 처분까지도 권유했다.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포 아파트를 남기기로 한 노영민 실장은 지역구 주민들에 미안해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청주에서 3선이나 지낸 국회의원이었지만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서울 아파트가 아닌 청주 아파트가 우선 순위가 됐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노 실장의 아파트 매각 순서를 두고 절세를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반포 아파트를 먼저 매각하고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는 순서가 아닌 청주→반포 순으로 아파트를 매각함에 따라 수억 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뒤따랐다.



노 실장이 결국 두 채의 주택이 모두 팔기로 했지만 실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반등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노 실장 뿐만 아니라 청와대 고위 공직자 12명이 다주택자로 드러난 상황에서 한 달 내 주택을 모두 처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서다. 참모 중에는 이같은 매도 권고에 반감도 갖고 있는 상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호출해 부동산 관련 긴급 지시를 내렸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겠다는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부동산과 관련된 청원이 다수 게재됐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지지율에서도 6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는 임기 막바지 부동산 문제로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한 참여정부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마저도 “현 정부가 진솔하게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도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각별한 대처를 당부했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시장의 반응이 퉁명스러운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급한 불을 끄라는 지시다. 부동산 불안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주택 참모들의 매각 현황에 대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리겠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조만간 설명드릴 일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