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은행'…카카오뱅크의 폭풍 성장

by장순원 기자
2019.07.15 06:00:00

출범 2년만에 천만고객 돌파
획기적 사용자 편의성 흥행몰이
대주주 적격성 통과하면 당분간 독주
규제 텃에 걸린 케이뱅크·제3인뱅
다양한 인뱅과 경쟁해야 생태계 활성화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같지만 다른 은행이 한결같은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고객과 기술 중심, 금융의 재해석을 통해 고객이 좋아하는 ‘카뱅스러운’ 상품과 서비스를 많이 내놓겠습니다.”(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두 살짜리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외로운 질주를 펼치고 있다. 척박한 금융환경 속에서 오롯이 카뱅 개인기로 일군 성과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1일 늦은 밤 계좌 개설 고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7년7월 출범 이후 딱 2년 만이다. 하루 평균 1만4000명꼴로 가입자를 끌어들인 셈이다. 지난달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가 2855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3명 중 1명은 카카오뱅크 계좌를 텄고, 20대와 30대의 경우 10명 중 4명꼴로 가입했다. 모바일 가입자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 ‘스타뱅킹’이 1000만명을 끌어모으는데 5년 이상 걸렸는데 카카오뱅크는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그것도 오프라인 지점 하나 없이 모바일 하나만으로 이룬 성적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장세다. 전세계를 통틀어 중국의 ‘위뱅크’를 제외하고 가입자가 가장 많다.

카뱅 질주의 배경은 ‘같지만 다른 은행’이란 모토로 설명된다. 카뱅은 100% 비대면 채널인 모바일은행이다. 공인인증서 없애고 거래할 때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로그인 절차를 간소화한 편리성으로 고객의 마음을 잡았다. 기존과 전혀다른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편의성을 제공하려면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카카오의 인력 절반은 정보통신(ICT) 개발자다. 또 기존 은행과 다른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26주적금, 모임통장 같은 히트상품을 내놨고, 고객 입장에서 편의점을 포함해 모든 현금인출기(ATM) 수수료나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애기도 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1000만 고객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편리하게 금융(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결과로 본다”며 “ 더 편리하고 유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 SNS인 카카오가 은행에 뛰어들 때만해도 초기 반짝하고 인기가 시들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독특한 상품과 소비자 기반의 거래환경을 제공하며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대형 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뱅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카뱅의 가장 큰 발목을 잡았던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이달 말 끝날 예정이다. 카뱅이 진짜 주인으로 등극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올해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은행특례법이 발효됐지만 카카오는 6개월 이상 규제에 막혀 주인에 오르지 못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카카오가 카뱅 투자를 본격화하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속도전이 펼쳐질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뱅크의 현 1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보통주 4160만주를 현금 208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며 적격성 심사 통과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한때 라이벌 케이뱅크는 규제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를 이끄는 KT는 과거 공정거래법을 어긴 전력이 있어 언제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지 불확실해서다. KT의 투자가 막히면서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바닥나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고객도 100만명으로 카뱅의 10분의 1수준에서 멈춘 상태다. 케이뱅큰믄 당장 급한불을 끄려 지난 12일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276억원만 입금됐을 정도로 주주들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다.

제3인터넷은행도 삐걱거리는 상황이다. 토스와 키움 컨소시엄이 한차례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네이버를 포함한 ICT기업은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흥행을 위해 중견기업까지 적극 끌어들일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지금가 같은 카뱅의 ‘나홀로질주’가 인터넷은행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뱅의 경쟁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다양한 분야에 특화한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은행이 여러 개 나와 경쟁하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면서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