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 35조…금감원, 증권사 4곳 부동산금융 검사
by이명철 기자
2019.06.18 06:00:00
하나금투·하이투자 진행…메리츠·현대차 내주 예정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PF 쏠림 등 중점 점검
업계 “사별 리스크 대응력 고려…과도한 검사 부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금융감독원의 증권사 부동산 금융 부문 검사가 본격 시작했다.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합IB) 한곳을 비롯해 4개사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과도한 우발채무 현실화 시 건전성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KB증권에 대한 종합검사와 함께 증권사 일제 검사가 시작되면서 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메리츠종금증권(008560),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001500)에 대한 부동산금융 부문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개 반으로 나눠 먼저 이달 초부터 하나금투·하이투자증권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주 이들 회사 검사가 마무리되면 이후 내주 중 메리츠종금과 현대차증권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부동산금융 리스크관리의 적정성을 비롯해 파생결합증권 리스크 관리, 신규 영위 업무 리스크 관리, 부동산신탁사 위험관리 등 금융투자회사 중점검사 사항을 안내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다수 증권사의 우발채무 내용을 제출받아 분석한 후 이번에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부문 검사는 부동산 금융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단계”라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채무보증 등 증권사의 부동산 금융에 대한 리스크 관리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에도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늘어나 건전성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조사를 보면 작년 9월 말 기준 35조5000억원이다. 2015~2016년 증가세가 둔화하며 20조원 안팎에 머물렀지만 초대형 투자은행(IB) 중심의 기업금융 강화 기조로 빠르게 증가했다.
안나영 한기평 연구원은 “단기성 부채 성격을 지닌 우발채무의 기초자산이 특정 산업에 쏠렸으면 신용이나 유동성 위험 집중도도 높아진다”며 “부동산 경기 저하 등 다양한 이슈로 유동화 증권 미매각이 발생하면 증권사는 대규모 유동성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올해 초 일제히 증권사의 우발채무 증가를 문제로 들면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 대상은 우발채무의 규모나 투자 관리의 적정성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이들 증권사는 대부분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거나 PF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검사 중인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2~3년 IB 부문 수익이 매우 증가했는데 부동산 PF 관련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작년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의 비중은 102.1%, 올해 3월 말에는 111%로 더 확대됐다.
동종 기업보다 우발채무와 PF 익스포저의 절대 규모와 무등급 거래상대방 비중이 커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용위험·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검사가 예정된 메리츠종금은 부동산 금융 비중이 큰 대표 증권사 중 하나다. 작년 말 우발채무는 자기자본의 193.8%에 달한다. 신용공여성과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높아 업황 변화가 변수다. 종금의 특성상 증권사보다 자금 조달이 수월하지만 내년 라이선스 만료 후 사업모델 변화 여부도 관심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과거보다 우발채무가 확대되긴 했지만 회사별로 리스크 관리 체계 또한 강화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발채무 규모가 크다고 해서 부실화 가능성이 큰 것만은 아니다”며 “정책 분야에서도 모험자본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검사는 부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규모 등 단순 수치가 아니라 종합적인 점을 검토해 이번 검사 대상을 정했다”며 “검사 과정에서 증권사의 리스크 대응 능력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