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순익 끌어올리기 경쟁 NO…내실 다지기 주력”
by박일경 기자
2019.01.02 06:00:00
[신년 인터뷰 -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출 外
대형 M&A엔 안 나설 예정
글로벌 사업은 ‘공격 앞으로’
中·베트남 등서 먹거리 발굴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앞으로 2년간 확장 경영보다는 ‘내실 경영’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새해 글로벌 경기 하강과 미·중 무역 분쟁,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경영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일 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본인 재임기간 중에는 무조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2020년 4월까지다. 지금으로부터 2년 후인 2021년은 NH농협금융그룹 출범 10주년이자 범농협 창립 60주년이다. 시중은행과 순이익 끌어올리기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공공 금융기관 성격이 강한 특수은행’인 농협 본연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배구조를 포함해 ‘종합검사’를 받은 농협금융은 경영실태 개선에 관한 건의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할 뜻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종합검사 종료 후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담당자 브리핑을 받았다”며 “그룹 경영 전반을 파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지주 설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데다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치를 1조5000억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1조8000억원)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2007년 ‘연간 순이익 1조원 클럽’ 이후 11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이익 회복에 그쳤다는 반성에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그룹 포트폴리오상 ‘부동산금융’ 강화를 제외한 대형 인수·합병(M&A)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협금융지주가 대주주인 NH농협부동산신탁이 금융위원회에 부동산신탁사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인가를 받게 되면 10번째 농협금융그룹 계열사가 탄생한다.
농협금융 측은 농협 본연의 역할을 살려 재건축·재개발 시장 보다는 ‘낙후된 농촌 마을의 재건사업’ 등 도심재생에 방점을 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오는 3월께 최대 3곳을 예비인가 할 예정인데 12곳이 지원해 경쟁률은 4대 1일 만큼 치열하지만 업계에선 농협금융이 3장 중 한 장 몫의 부동산신탁업 사업권을 따낼 것이 유력하다고 관측한다.
김 회장은 또 “증권은 은행과 함께 농협금융의 가장 중요한 수익센터로서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자산과 부채, 고객,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고 사업부문별 역량을 균형 있게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작년 한해 순이익을 1조198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 계획(1조원) 대비 달성률은 119.8%로 예상된다. 전년도인 2017년 순이익 8598억원과 비교할 때 3382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호실적 배경으론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따른 이자이익 증대가 꼽힌다. 실제 NH농협은행의 NIM은 지난 2017년 1.53%에서 현재 1.64%로 1년 사이 0.11%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5조2718억원에서 5조8311억원으로 늘어났다. 대손비용도 절감해 1조953억원에서 5597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이익 9339억원을 거두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주식시장의 조정 장세 진입에 따른 수익 증가세 둔화에도 35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3분기 순증 실적은 1056억원으로 3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 흑자를 달성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정 사장은 13년간 투자은행(IB) 부문에 몸을 담으며 아이디어가 상당히 축적된 인재”라며 “시장에선 NH투자증권이 김태원 현 DS자산운용 공동대표를 홀세일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키로 한 일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는 정 사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데 내부 출신 승진을 선호하는 농협금융 분위기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사업은 실속 챙기기에 집중하지만 해외 진출은 보다 공격적으로 나선다. 포화된 한국 금융시장을 넘어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글로벌 전략을 다각화한다. 중국 공소집단유한공사(공소그룹)와 은행·증권·손해보험에 관한 합작 추진 기반을 조성하고 있으며 베트남 아그리뱅크(AgriBank·농업농촌발전은행)와는 은행·비(非)은행 부문에 걸쳐 11대 협력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 투(HTOO)그룹의 경우 농기계 할부금융 프로젝트를 협업하고 있다.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MFI·Micro Finance Institute) 인수 및 출범, 인도·홍콩·호찌민 점포 신설 추진 등 해외 네트워크 역시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이미 은행(베트남·미얀마) 5600만달러, 증권(홍콩·베트남·인도네시아) 약 2200억원 등 주요 점포에 대해서는 영업자금 증액으로 사업 다변화 토대를 만들었다.
김 회장은 “올해는 핀테크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이종 산업의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 등 금융혁신지원 확대가 예고돼 있다”며 “역사의 전환기마다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신사업과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후배들을 위한 책무”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1년짜리 초단기 CEO제’와 관련 “연임을 보장해 2년 재임기간을 지키는 전례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별히 성과에 문제가 없는 한 1년 만에 물러난 경우는 없어 임기를 늘리거나 하는 일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출직인 농협중앙회장 임기가 4년이고 중앙회 간부가 2년 임기인 점을 감안하면 농협금융 임원 임기를 2년 이상으로 가져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1957년 전남 보성 출생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198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1년 프랑스국립행정학교 대학원 국제행정학 △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2008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국장 △2011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2014년 법무법인 율촌 고문 △2018.4월 ~ 현재 NH농협금융지주 회장